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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무기 빅딜’, 2019년부터 본격화되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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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4 10:28:06 수정 : 2018-12-14 10: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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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1, TA-50 훈련기와 스페인 대형수송기 맞교환 윤곽 지난달 중순부터 제기됐던 스페인 대형수송기 A400M과 국산 KT-1, TA-50 훈련기 맞교환 거래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T-50i 훈련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스페인 정부는 지난달 12~13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원회에서 A400M과 KT-1, TA-50의 맞교환을 제안했다. 스페인은 유럽 에어버스 A400M 4~6대를 한국에 넘기는 대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T-1 34대와 TA-50 20여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군수공동위 개최로부터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한국과 스페인 정부의 구상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1조원에 달하는 ‘빅딜’이 이뤄지는 셈이다. 17조원에 달하는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 실패를 유럽 시장에서 만회할 기회를 얻게 되어 항공우주산업 발전에서 청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력증강사업에 대한 군의 ‘과도한 눈치보기’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 공군기지 개방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A400M 수송기를 관람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2단계 맞교환으로 ‘빅딜’ 진행되나

지난달 한국-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 직후 양측은 A400M과 KT-1, TA-50 맞교환과 관련된 사항을 검토하며 추가 논의를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맞교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스페인측에서는 두 번에 걸쳐 항공기를 맞교환하는 거래를 구상하는 것으로 안다”며 “스페인은 KT-1과 TA-50을 2023년과 2025년에 각각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페루 공군의 KT-1P 초등훈련기가 비행하고 있다. KAI 제공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과 스페인은 1단계로 KT-1 초등훈련기 34대와 A400M 2~3대를 맞바꾸는 거래를 진행한다. 스페인측이 파악한 KT-1의 대당 가격은 115억원 안팎으로 KT-1 34대 가격으로는 3900억~4000억원 정도다. 경쟁기종인 스위스 필라투스의 PC-9보다 다소 비싸다. 여기에 조종 시뮬레이터와 교범 등 지원체계가 더해지면 5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된다.

A400M의 대당 가격은 3000억원 수준. 스페인은 우리측에 대당 2200억원에 A400M을 넘길 수 있으며,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A400M 27대를 에어버스에 주문했으나 13대를 운용하지 않고 제3국에 판매할 방침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판매하지 못한 A400M이 있으면 대당 2000만 유로(약 256억원)의 벌금을 제작사인 에어버스에 지불해야 한다. KT-1이 PC-9보다 가격이 높은데도 스페인이 KT-1을 선호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단계 거래는 TA-50 전술입문기 20~24대와 A400M 3대의 맞교환이다. 국제 훈련기 시장에서 T-50의 대당 가격은 2500만달러(약 283억원)로 평가되고 있다. 20대를 도입한다면 5660억원, 24대를 구매한다면 약 6790억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정비와 교육훈련 등에 필요한 지원체계가 추가된다. 양측 모두 큰 손해 없이 맞교환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 보잉이 개발한 BTX 훈련기. 미 공군에 이어 해외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스페인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훈련기-수송기 맞교환 관련 사안을 논의한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北 눈치보기, 산업적 고려’ 변수 남아

훈련기-수송기 맞교환 가능성이 제기되자 수송기 운용주체가 될 공군은 내심 반가운 기색이다. 해외 파병과 재난 시 해외 체류 국민 구조 등 수송기 소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전투기에 밀려 도입시기가 계속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국산 훈련기와의 맞교환이 성사되면, 방산수출을 지원한다는 명분과 전력 확보라는 실리를 모두 얻게 된다.

군과 방산업계에서는 맞교환 계획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요소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북한 눈치보기’다. 수송기는 살상무기가 아니며 공군에서도 지원기로 분류한다. 그런데도 방사청을 비롯한 군내에서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 전쟁지도부를 타격하는 ‘참수부대’ 특임여단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적절치 않다. 무기는 군 조직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수송기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던 시기에는 특전사 요원을 태우고 북한 내륙에 침투하는 성격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조치가 취해진 현재는 재외 국민 수송과 재난 구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일대에 지진과 쓰나미가 덮치자 공군 C-130 수송기가 현지로 급파, 구호물자를 수송했다. 지난 10월 사이판에 태풍 ‘위투’가 상륙, 현지에 머물던 우리 국민들이 고립되자 C-130 수송기가 출동해 국민들을 괌으로 옮기면서 구호물자를 날랐다. 재해 현장에 수송기를 보내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외교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수송기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부 대외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훈련기-수송기 맞교환을 안보 분야로만 해석할 경우 사업 동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우리 군이 A400M 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은 군 전력을 증강하는 요소다. 반면 KT-1과 TA-50 훈련기를 스페인에 판매하는 것은 ‘항공우주산업 진흥’이라는 산업적 요소가 적지 않다.

KT-1은 터키와 인도네시아, 페루, 세네갈에 수출됐으며 T-50 계열 훈련기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에 판매됐으나 두 기종 모두 유럽연합(EU) 회원국 시장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스위스 필라투스 PC-9이나 영국 BAE 시스템스 호크 등 경쟁 기종들이 EU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국방예산 삭감 기조가 지속되면서 EU 회원국 공군이 운용중인 훈련기의 대체 사업이 동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EU 회원국 시장 상황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훈련기 대체가 늦어져 노후화가 심해진 국가들이 생기고 있다. F-35A와 라팔, 타이푼 등 4~5세대 전투기가 일선에 배치되는 상황에서 기존 훈련기로는 조종훈련 소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셈이다. PC-9과 호크,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M-346, 체코제 L-39 훈련기 개량형이 있지만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주 경쟁을 했던 ‘구면’이라는 점에서 T-50 계열 훈련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을 수주한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가 개발한 BTX 훈련기가 EU 회원국 시장에 진출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EU 회원국들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해 있어 ‘아메리카 프리미엄’ 효과를 BTX가 누릴 수 있다. BTX가 유럽에 본격 진출하면 상당수의 EU 회원국들은 BTX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BTX의 유럽 진출에 대비, T-50도 유럽에 교두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페인은 T-50 개발 당시 우리 정부가 공동개발 가능성을 타진했던 국가다. CN-235 수송기 도입 및 운용과정에서 스페인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왔다. 스페인은 차기전투기(F-X) 사업 과정에서도 에어버스의 타이푼 전투기 한국 판매를 지원, 한국 사정에 밝아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미 공군 훈련기(APT) 사업에서 탈락한 T-50A 훈련기. T-50을 T-50A 수준으로 개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T-50 1대를 수출하는 것은 중형 자동차 1000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자동차의 10배가 넘는 20만~30만개 부품으로 구성되는 항공기 개발과 생산은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져 고용창출 효과도 뛰어나다. KT-1과 T-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한국형전투기(KF-X), 소형무장헬기(LAH), 소형민수헬기(LCH) 개발을 진행중이다. 좋은 항공기를 개발해도 판매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K-9 자주포가 북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처럼 국산 훈련기가 스페인에 진출한다면 우리 군의 소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방위산업계가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스페인 수출을 계기로 T-50을 미 공군 수출형이었던 T-50A 수준으로 개량하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훈련기-수송기 맞교환에 우리 군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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