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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빙하기 길어도 너무 기네" 韓 고용 문제 심각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2-13 06:00:00 수정 : 2018-12-12 21: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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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증가폭이 5개월 만에 10만명대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이후 최대 수준이고 실업률도 11월 기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청년층 실업률이 다소 개선됐지만 70만명이 넘는 취업준비생이 실업 통계에서 빠져나간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수는 2718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5000명(0.6%)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10만명대를 회복한 것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1월(33만4000명) 이후 최대 증가폭입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 2월 10만4000명으로 10만명대로 내려왔고,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10만명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6월(10만6000명)에 10만명대를 회복했지만 7월(5000명)과 8월(3000명) 연속 1만명을 밑돌다가 9월(4만5000명)과 10월(6만4000명)도 채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6만4000명·8.2%), '정보통신업'(8만7000명·11.2%), '농림어업'(8만4000명·6.2%), '건설업'(7만3000명·3.6%),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3만2000명·2.9%) 등에서 증가했습니다.

반면 괜찮은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1000명(-2.0%) 줄어 10월(-4만5000명·-1.0%)보다 감소폭이 확대됐습니다.

통계청은 "전기장비·자동차·전자부품 수출 실적이 전월 대비로 줄어든데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사업 신설로 취업자 수가 급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원인"이라며 "우리나라 주력업종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계속 빠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이나 상용직 등의 취업자 수 증가세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층 실업률 개선? 70만명 넘는 취준생 실업통계서 제외된 착시효과

최저임금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 숙박음식점업이 1년 전보다 5만9000명(-2.6%) 감소했습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은 9만1000명(-6.6%), 도소매업 6만9000명(1.8%), 교육서비스업 4만4000명(-2.3%)도 일제히 줄었습니다.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를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4만3000명(2.5%), 일용근로자는 2만1000명(1.4%) 각각 증가했지만 임시근로자는 11만6000명(-2.3%) 감소했습니다.

이중 일용근로자는 건설업 지표의 개선 덕에 13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10월(1만6000명) 증가를 마지막으로 12개월 연속 내리막을 보여왔습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만5000명(0.9%) 늘었으나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2000명(-2.3%), 무급가족 종사자는 5000명(-0.4%)이 감소했습니다.

연령대별 취업자는 60세 이상이 1년 전보다 27만명, 20대는 11만1000명, 50대는 2만7000명 각각 증가했습니다. 고용률로는 20대(1.6%포인트)와 60세 이상(0.5%포인트)만 상승했습니다.

고용률은 61.4%로 1년 전과 동일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1%로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실업자는 9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4.4%) 증가했습니다. 실업자 수가 90만명을 웃돈 것은 11월 기준으로 1999년 105만5000명 이후 처음입니다.

실업률은 3.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11월을 기준으로 보면 2009년(3.3%)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입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9%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이에대해 통계청은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이 나아진 영향"이라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지방직 공무원 채용과 같은 이벤트가 없어 취업준비생으로 옮겨간(집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통계에선 제외됩니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를 보여주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61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1000명(0.3%) 증가했습니다. 이중 취업을 위한 학원·기관 수강 등을 포함한 취업준비생은 70만1000명으로 6만9000명(10.9%) 늘었습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확대…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실업 증가로 이어져

·중소기업 임금 격차 확대와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가 국내 청년실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에서 탈출한 일본처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미스매치 축소, 청년층의 비경제활동 인구로 이탈 방지 대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한국은행 김남주·장근호 부연구위원은 지난 5일 BOK경제연구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 비교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청년실업률이 크게 높은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5%에 불과합니다. 임금 차이가 큰 데다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년간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대졸 초임의 경우 90%를 상회합니다.

연구팀은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때문에 한국 청년실업률이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청년들과 대기업 입사 청년들의 소득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어 구직 기간이 길어져도 청년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25∼29세 청년실업률은 한국이 9.5%로, 일본(4.1%)의 2배를 웃돌고 있습니다. 20∼24세 실업률은 한국이 10.9%, 일본이 4.7%입니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경제 성장률 하락, 고령화 진전,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 상승, 낮은 임금근로자 비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의 청년 실업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한국보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일본도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취직 빙하기'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청년 고용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프리터(Freeter·프리랜서, 아르바이트의 합성어로, 정규직 이외의 취업 형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니트(NEET·학생이나 취업자가 아니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청년)에게 고용 정보,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는 정책을 꾸준히 펼쳤습니다.

공공직업 소개소를 운영하고, 청년 고용 우량 중소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해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줄여나갔습니다.

최근 일본 청년실업 감소에는 경기 개선 영향이 있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청년 실업 대책 추진도 일부 작용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한국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해소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일본의 정책사례를 참고해 단기적인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유럽, 북미 실업률↓…임금 저조한 질 낮은 일자리란 지적도

유연한 노동시장, 저임금, 최저 금리 등의 여파로 전 세계 평균 실업률이 3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 분석 결과 올해 9월 기준 전 세계 평균 실업률은 1980년 5.0%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인 5.2%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경제의 84%를 차지하는 48개 선진국 및 신흥국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폴란드의 실업률은 6.1%로 2002년 20% 대비 14%포인트 가량 떨어졌습니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등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해당 기간 유럽연합(EU)에 새롭게 가입하면서 유럽 공급망에 포함됐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아일랜드,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실업률도 전반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다만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2월에 비해 2%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렌드 칼테인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임금과 경제 활황,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가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많은 나라들의 실업률이 내려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세계 거시연구 총괄 책임자인 게이브리얼 스턴은 실업률의 계속된 하락세에 대해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창출된 일자리의 질과 임금이 너무 낮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산토 밀라시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북미, 아시아 등 주요국에서 실업률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밀라시는 "남유럽에서 상당수 사람들은 정규직 일자리 부족으로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며 "신흥국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과도하게 오랜 시간을 근무한다"고 전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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