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빚투’(#빚too·나도 떼였다) 폭로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부분 해당 연예인의 부모 등 가족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는 내용들이다. 잇단 빚투에 “‘현대판 연좌제’가 아니냐”는 비판과 “일부 연예인의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빚투 폭로의 장(場)이 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9일 연예계에 따르면 빚투의 시작은 지난달 중순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20년 전 충북 제천시에서 지인들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부터다. 며칠 뒤에는 ‘래퍼 도끼의 모친이 과거 중학교 동창에게 1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다른 유명 가수들과 배우, 개그우먼 등이 줄줄이 빚투로 곤욕을 치렀다.
빚투 폭로 대상이 된 연예인들은 대부분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일부는 부적절한 대응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사실무근”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부모의 피소 사실 등이 확인되자 공식 사과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도끼는 “1000만원이면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되는 돈”이라는 발언으로 지탄을 받았다.
법적으로는 가족의 채무를 대신 갚는 게 의무는 아니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3조 3항에 따라 형법은 물론 민법에서도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모가 돈을 빌릴 때 자식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거나 한정승인 또는 상속 포기를 하지 않고 재산을 물려받을 경우 변제 의무가 생긴다.
현재까지 지목된 연예인 중에 연대보증을 섰다거나 빚까지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는 없다. 그런데도 빚투는 왜 끊이지 않는 걸까.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변호사는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하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빚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무 당사자가 아닌 그 자식이 돈을 갚겠다고 공언해도 소멸시효(10년)가 다시 시작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