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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공인, 도덕성 문제” vs “현대판 연좌제”…‘나도 떼였다’ 빚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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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30 07:03:00 수정 : 2018-11-30 07: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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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연예계 강타한 빚투 논란 연예계에 일명 ‘빚투(빚+Metoo·나도 떼였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닷, 도끼 등 힙합계에서 시작된 빚투 논란은 마마무 휘인, 마동석, 비, 차예련 등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했다. ‘빚투’는 연예인 자신을 둘러싼 폭로가 아니다. 그들의 부모 얘기다. 일각에서는 ‘사기꾼 집안’이라며 공인으로서 ‘도덕성’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한쪽에서는 ‘현대판 연좌제’라며 지나친 사생활 참견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캡처
◆“가족이 사기집단, 훔친 수저” 들끓는 빚투 논란

‘빚투’ 논란의 불을 댕긴 건 ‘힙합계’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힙합 가수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의 부모가 20여년 전 같은 마을에 거주하던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해외로 도주했다는 주장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후 당시 보도된 기사와 함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주민의 인터뷰가 언론에 소개됐고,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로닷은 “상처 입으신 분들과 가족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빚투 바통을 이어받은 건 유명 힙합가수 ‘도끼’(본명 이준경)였다. 한 언론은 지난 26일 도끼의 어머니가 20여년 전 중학교 동창에게 1000만원 가량을 빌린 뒤 현재까지 갚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끼는 관련 보도를 적극 부인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 방송에서 “저희는 잠적한 적도, 도망간 적도 없다. 사기친 적도 없다”며 “금액이 10억, 20억, 100억이었으면 검토를 해보고 사과문을 올리고 할 텐데 1000만원 갖고는 집도 못산다. 내 한 달 밥값”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대응에 들끓었다. 집안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고 심지어 ‘훔친 수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힙합문화에 따라 자수성가로 모은 돈을 과시하고 자랑스럽게 여겨 온 이면에 ‘사기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도끼는 다음날 “어젯밤 이후 피해자 분과 연락이 닿아서 서로 오해했던 부분들을 풀었고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피해자에게 변제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남의 돈으로 호가호위 하니 기쁘냐” “가족이 모두 사기집단” 등 여론의 질타는 이어졌다.

◆“부모님 이혼하셨는데…아픈 가족사 꺼내는 연예인들”

일각에서는 연예인 가족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서 연예인은 ‘공인’으로 여겨지지만 연좌제 논란이 일 정도로 가족까지 도덕적인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가족의 아픈 과거까지 들추며 해명에 나선 연예인들이 나오자 이들을 향한 동정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걸그룹 마마무 멤버 휘인은 27일 자신의 아버지를 둘러싼 사기 폭로가 인터넷에 공유되자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와는 연락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친부의 근황은 물론 경제 현황도 파악할 수 없었다”며 “피해 사실을 접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아픈 가족사를 공개해야 했다.

배우 차예련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8일 차씨의 아버지로부터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제보가 나오자 차씨는 소속사를 통해 15년 전 부모의 이혼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19세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이후 15년간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지냈다”며 “출연료는 써보지도 못한 채 10년간 빚 갚는 데 썼고, 책임감을 느껴 빚을 내 갚기도 했다”는 사연을 털어놨다.

◆“연예인은 공인 아냐…과도한 도덕적 기준 요구는 문제”

법적으로 자식은 부모의 빚에 상환책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상속받는 재산범위가 더 크지 않은 이상 자녀가 부모의 빚을 떠맡을 의무는 없다. 논란에 선 연예인들이 ‘도의적’ 책임을 진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시민단체 ‘빚쟁이 유니온’ 한영섭 위원장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은 불법이고, 제3자에게 대신 상환하라고 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연예인 당사자의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갚을 이유와 비난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빚투’로부터 오는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자칫 ‘마녀사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이크로 닷은 자신이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가수 비는 사망한 부모를 둘러싼 빚에 관한 사연이 청와대 청원까지 올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29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며 “잘못된 근거에 과도하게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이어 “다만 연예인이란 특수성에 향후 활동하는 데 대중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도 있다”며 “다만 사실관계가 안 맞는 걸 드러내거나 민감한 가족사를 들추는 폭로는 경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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