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세계의 법정’서 존재감 없는 韓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입력 : 2018-11-19 21:16:10 수정 : 2018-11-19 21:16: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입법조치를 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가 굳혔다.”(산케이신문 보도)

“독도 영유권에 관해 일본이 단독으로 ICJ에 한국을 제소하는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외교협상을 요구한다.”(시마네현 지사 발언)

김태훈 사회부 차장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리자 일본 열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동안 잠잠했던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다시 등장했다. 공통분모는 ‘다툼을 ICJ로 가져가 공정한 판결을 받아보자’는 제안이다. 양국 사이에 뭔 일만 생기면 일본 측이 꺼내드는 단골 메뉴다.

지난 6월 한국 언론은 지나쳤지만 일본 언론은 제법 크게 다룬 기사가 있다. 일본인으로 2003년부터 15년간 ICJ에 재직한 오와다 히사시 재판관이 은퇴하고, 그 공석을 도쿄대 국제법 교수 출신 이와사와 유지 재판관이 넘겨받았다는 내용이다. 오와다 전 재판관은 2009∼2012년 ICJ 소장도 지낸 국제법학계 거물로 그의 딸은 마사코 왕세자빈이다. 내년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정식으로 즉위하면 국왕의 장인이 될 ‘귀하신’ 몸이다. 2021년까지 임기가 3년 남은 오와다 전 재판관은 행여 일본 왕실과 정부에 부담이 될까봐 자진사퇴를 택했다.

ICJ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유엔 산하기관으로 출범했다. ‘국제분쟁을 전쟁 대신 재판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다. 저마다 국적이 제각각인 ICJ 재판관 15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에서 뽑는다. 세계 모든 문명권을 대표할 수 있도록 대륙별 안배를 철저히 지킨다. 임기는 9년이고 연임도 가능하다.

일본은 ICJ 발족 후 이제껏 4명의 재판관을 배출했다. 위에 소개한 2명 말고 다나카 고타로(1961∼1970년 재임), 오다 시게루(1976∼2003년 〃) 전 재판관이 더 있다. 1976년부터는 재판관 한 자리가 사실상 일본의 ‘고정석’이 됐다.

1991년에야 유엔 회원국이 된 한국은 그동안 ICJ 재판관 선출에서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엔 가입 후 16년 만에 반기문 사무총장을 탄생시키는 위업을 쌓았으나 ICJ는 여전히 한국인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유엔의 ‘행정부’에선 두각을 나타낸 반면 ‘사법부’는 방치해왔다고나 할까.

일각에선 강대국 위주로 돌아가는 국제정치 탓으로 돌린다. 몇 자리 안 되는 ‘아시아 몫’ 재판관을 일본과 중국이 나눠가지니 한국은 끼어들 틈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력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못한 필리핀, 스리랑카, 파나마, 엘살바도르, 소말리아, 우간다 등도 최소 1명 이상의 ICJ 재판관을 배출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ICJ는 강제관할권이 없어 일본의 제소와 무관하게 우리가 불응하면 그만”이란 의견도 있다. 그렇더라도 ICJ에 대한 자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근거로 툭하면 “법대로 하자”고 나오는 일본이 얄미운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이제 한국도 국제법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시기가 됐다. 앞으로 ICJ 재판부에 결원이 생길 때 한국인 재판관을 배출할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김태훈 사회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