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알기 어려운 부동산법… 담보신탁이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11-08 10:15:29 수정 : 2018-11-08 10:26: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29)씨는 올해 초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씨는 서둘러 지난해 공인중개사와 계약한 전세계약서와 등기부등본 등 임대차 서류를 들고 변호사를 찾았다.

이씨는 변호사와 상담하면서 절망에 빠졌다. 이씨가 살고 있는 원룸 건물은 2015년부터 ‘부동산 담보신탁’ 물건이었던 것. 건물주 이모씨가 2015년 건물을 담보로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신탁회사를 통해 대출을 진행한 배경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건물의 법적인 소유와 관리책임, 임대차 계약권한은 이씨가 대출을 상환하기 전까지 신탁회사로 넘어갔다. 건물주 이씨는 위탁자의 신분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건물주 이씨가 임대차 계약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전·월세 계약을 해오다가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즉 입주민 이씨는 건물 실소유주인 신탁회사가 아닌 권한이 없는 위탁자 이씨와 계약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씨는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은 거주자 신분이었고, 이에 따라 이씨는 임차인의 법적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공매 이후 배당에 참여하기 어렵게 된데다 최우선변제도 받지 못할 위기다.

사기 수법은 이랬다. 건물주 이씨는 자신이 신탁회사와 담보신탁을 계약한 ‘신탁원부’를 가지고 본인이 해당 건물의 주인인 사실을 원룸을 보러 온 계약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등기부등본 상 건물 소유주는 신탁회사 이름으로 돼 있었으나, 건물주 이씨는 신탁회사로부터 받은 공문을 이용해 자신에게 임대차 계약 권한이 있다며 계약을 진행했다. 담보신탁에 대해 잘 모르는 임차인 수 십 명은 같은 수법으로 건물주의 사기에 당한 것이다.

◆담보신탁이란

최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금과 담보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갭 투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피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적은 자본금으로 건물을 인수하는 갭 투자 특성상 많은 액수의 대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중은행으로만으로 많은 액수의 대출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신탁을 통해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신탁은 목적에 따라 관리신탁, 담보신탁, 명의신탁, 분양관리신탁, 개발신탁 등으로 분류된다. 위 사례는 담보신탁에 해당된다.

건물주가 신탁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면 많은 액수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단점도 존재한다. 건물주와 신탁회사의 계약원부인 ‘신탁원부’마다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건물주는 특별한 사유 없이 임대차 계약권한 제한 △대출을 상환하거나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 부동산 매각 금지 △신탁회사는 임대차 계약 등에서 발생한 법적 책임 면제 등이 있다.

다소 낯선 담보신탁 부동산의 원리를 알지 못해 임대차 계약을 잘못 체결하는 임차인이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공인중개사도 담보신탁 부동산의 개념을 잘 모르거나 위의 이씨의 사례처럼 건물주가 자신의 신탁원부를 제기해 본인이 건물주라는 사실을 각인시킨 뒤 권한이 없는 임대차계약을 통해 사기를 치려고 하면 그대로 당할 수가 있다.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방법은 등기부등본과 신탁원부 상에 표기된 신탁회사에 직접 문의해 임대차 계약권한 여부와 임차인의 법적권한에 대해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신탁원부를 꼼꼼히 읽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은 부동산 관련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상담을 구하는 것이 좋다.

대다수의 담보신탁 부동산의 경우 전·월세 임대차 계약권한을 가지고 있다. 신탁사가 직접 계약자와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 사례처럼 위탁자에게 맡긴 뒤 전·월세 계약서만 전달받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서가 신탁회사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담보신탁 건물에서 살 계약자는 신탁회사와 직접 임대차 계약을 하거나, 위탁자와 한 계약서를 신탁회사에 반드시 제출해야한다.

등기부등본 상에 부동산 소유권이 건물주에게 있어도 신탁등기가 돼 있는 경우에도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확인서를 받아 두는게 좋다.


◆법리 다툼의 여지

담보신탁 부동산이 사회적인 갈등과 부동산 법적 분쟁이 씨앗이 되는 이유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신탁법’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차보호법이 상위법으로 인정받으나 엄연히 신탁법이 존재하면서 부동산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임차 보증금을 신탁회사가 반환할 책임 여부다. 신탁법과 신탁원부에는 신탁회사가 어떠한 임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법원의 강제조정 판례에서는 ‘담보신탁 이전에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의 보증금을 신탁회사가 전액 변제할 것’이라고 하는 등 충돌하기도 한다.

위 사례의 피해자 이씨는 담보신탁 이후에 임대차 계약을 한 상황이라 앞서 말한 강제조정 판결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건물이 공매가 진행된 이후에 배당이의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앞서 진행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등 각종 소송에서 적법한 임차인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터라 어두운 상황이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