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사립 유치원들의 비리 의혹에 학부모들의 원성이 뜨겁다. 그동안 설마설마 하고 있던 문제들이 드디어 터졌다는 분석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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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지난 11일 공개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1800여개 유치원의 5900여건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적발 규모는 약 269억으로 추산됐다. 실명이 공개된 유치원 중 한 곳인 경기도 동탄 환희유치원의 경우 원장이 2년간 부정 사용한 금액이 7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의 명품가방, 성인용품 구매에 쓰인 교육비와 혈세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 자료가 공개되면서 유치원들의 비리나 부조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교육청 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동탄 소재의 환희유치원은 현재 적발된 비리 종류만 13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당국이 지난 1월 유치원 원장을 파면했지만 최근까지 원장은 유치원의 실세 역할을 자처했다고 알려졌다.
감사자료의 부정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루이비통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금액이 약 5000만원(1032건)에 달했다. 원장 아파트 관리비, 벤츠 등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술집 등과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한 내역도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한 달에 두 번씩 받았고, 두 아들을 사무직원으로 채용해 월급 외에 3000만원을 더 지급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 유치원들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도 사립 유치원 시민감사관을 맡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들은) ‘국가 돈은 다 내 돈’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감사를 하러 가면 노골적으로 ‘국가가 지원해줬으면 내 돈이지’ 그런다. 원장들이 ‘내 돈인데 내 마음대로 쓰는데 왜 그러냐. 이게 무슨 문제냐’ 이렇게 반문을 한다”고 증언했다.
◆알면서도 ‘쉬쉬’... 표심 건드릴까 두려운 교육감들
그럼에도 지금껏 이 같은 비리가 표면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유치원장들의 강한 조직력 집단력이 꼽힌다. 이들의 강한 조직력으로 그동안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5일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지만 사립 유치원 단체의 강한 반발을 맞았다.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토론 참석자들에게 욕설과 야유를 보내고 단상을 점거했다. 사립유치원장들과 국회직원 간 몸싸움도 반복됐다. 지난해 사립유치원들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을 반대하고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벌이려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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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의원.페이스북 캡처 |
표심 때문에 사립 유치원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교육감들의 모습이 지적되기도 한다. 박 의원은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지금까지 이런 문제를 쉬쉬하고 숨겨왔다. 유치원 원장들은 집단으로 로비력이 강하다”며 “지역에서 표를 먹고 살아야 하는 교육감 등은 젊은 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유치원 원장들에게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웬만한 교육감 선거에는 유치원 원장들이 개인이나 집단으로 선거 운동에 개입하고 뛰는 거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립 유치원이 쓴 돈은 정부지원금으로 결국 혈세”
하지만 사립 유치원의 부정이나 부조리 문제는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져 국민 전체에 큰 피해를 준다는 분석이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킨 박 의원은 이날 “비리 유치원은 정부 지원금을 사용했기에 논란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방송에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학교로 규정돼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학원이라면 학원료를 받아 영업해서 쓰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사립유치원은 40~45%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유아 1명당 직접 누리 과정 22만원, 방과 후 활동 지원비 7만 원, 급식비 월 5만 4천원 정도가 지원된다. 그리고 추가로 아이들 잘 가르치라고 원에 지원되는 게 있다. 교사 처우개선비는 최대 51만원까지 지급된다”고 덧붙였다.
◆불안해하는 학부모들 “손 쓸 방도 없어 더 애타”
이번에 큰 논란이 된 환희유치원은 화성 동탄지역에서 꽤 이름난 사립 유치원이었다는 평가다. 새 학기 시즌이면 입학 문의가 줄을 이었던 곳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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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반대 현장 사진.연합뉴스 |
비리 적발 소식에 동탄 지역을 기반으로 온라인커뮤니티는 아수라장이 됐다. 네이버 카페 ‘동탄맘들 모여라’에서 해당 유치원 재원생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nsan****)은 “원장이란 사람은 ‘생쇼’를 하며 학부모와 이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동탄 신도시는 (유치원)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적어 부모들은 늘 약자의 입장에 놓여있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mylo****)은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어찌 키우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이 투명해지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
환희유치원의 원생은 300명에 이른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학부모들은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오늘 ‘부모 감시단’이 식자재 검열이라도 하러 갔으나 이마저도 업체가 오지 않아 허탕이었다”고 한 네티즌(nsan****)은 허탈함을 드러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원 대책을 요구하는 ‘긴급 환희 유치원 교육 정상화 요청 드립니다’라는 글도 올라온 상황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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