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치(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모성애와 부성애에 대한 영화다. 데이빗 킴(존 조)은 ‘시신 없는 살인’으로 남을 뻔했던 딸 마고 킴(미셸 라)의 실종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 딸을 구한다. 진범도 잡는다.
여형사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은 아들이 진범이란 사실을 숨기려 이 사건 담당을 자청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는 결국 ‘1급 살인’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다.
다만 빅 형사의 ‘1급 살인’이란 죄목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다. 박형관 가천대 교수(경찰안보학)가 2016년 대검찰청의 연구 용역을 받아 작성한 ‘살인범죄 유형별 양형에 관한 비교법적 분석 및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살인죄 법제를 이해할 수 있다.
14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제인 미국은 주별로 독자적인 형사 재판권을 행사하는데, 대부분 주가 살인을 1급 살인과 2급 살인으로 구분한다.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는지가 그 기준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살인을 ‘모살(미리 꾀해 사람을 죽임)’이라고 한다.
영화 서치의 배경인 캘리포니아주는 1급 살인을 주 형법상 △탄약·폭발물·대량살상무기(WMD)나 독약·잠복·고문을 통해 사전에 계획한 경우 △강간·강도·납치·방화 등 범죄를 실행 중 범한 경우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의도로 차 안에서 차량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 총기를 발사한 경우로 정의한다. 이를 제외한 살인은 모두 2급 살인이다.
40년 지기 살해 혐의로 기소된 한인 조모씨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법원에서 재판 도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캡처 |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11년 한인 조모(58)씨가 40년 지기 이모씨 머리에 총을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조씨는 “이씨가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해 미국으로 도피했고 그가 원한 ‘촉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다.
2016년 오렌지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도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판단했다.
토마스 고달스 판사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조씨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고 최고형(징역 21년)도 선고하지 않았다. “그날 밤 애너하임 힐스의 어두운 도로에 두 사람만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조씨 단 한 사람 뿐”이란 이유에서다. 이 같은 조씨의 사연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촉탁 살인죄가 있다. 형법상 사람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고 그를 살해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위계·위력으로 촉탁이나 승낙을 하게 한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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