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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위기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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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4 23:02:18 수정 : 2018-09-04 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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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제재로 신흥국 시장 ‘휘청’/정치권 ‘성장론’ 놓고 소모적 논쟁/文정부, 자금시장 경색 방지 만전/
기업 경쟁력 회복 등에 팔 걷어야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발 경제제재로 터키의 경제가 휘청거리는가 하면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시장도 국가부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수개월 사이 그야말로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은 우군과 적군을 가리기 힘든 전쟁터로 급변했다. 

주춘렬 산업부장
주목할 대목은 이미 터키 경제위기의 불똥이 국내에 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회사에서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단기금융펀드(MMF)의 환매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펀드에는 카타르국립은행의 정기예금을 기초로 한 유동화자산이 편입됐는데 이 은행의 자금 상당량이 터키에 물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펀드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자금부족에 빠진 자산운용사들이 환매를 잠정 제한했다. 터키 금융불안이 카타르 등 중동계 은행의 부실 우려로 번지면서 국내시장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국제금융은 촘촘하게 서로 연결돼 있고 부실이 전이되기 십상이다.

작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휘두르는 경제제재와 보호주의 완력에 경제가 취약한 신흥국들은 빈사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그 파장은 터키를 넘어 이란과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등으로 옮아붙을 조짐이다. 주로 이들 국가들은 성장률이 낮거나 대규모 경상적자나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무역분쟁을 넘어 경제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경제도 그 후폭풍에 언제 휩쓸릴지 모를 일이다. 신흥국의 화폐가치 폭락사태가 다시 우리 경제의 취약한 고리를 망가트리며 금융·경제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는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사태에 휩쓸리며 국가부도 사태에 처한 아픈 기억이 있지 않은가.

경제의 근간인 우리 산업의 경쟁력도 날로 쇠락하고 있다. 반도체를 뺀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조선·해운은 여전히 장기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고 휴대전화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 전자부문도 중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자동차의 해외판매도 날로 악화하는 형국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내외 환경이 이처럼 급변하고 있지만 국내에 위기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론을 놓고 끝도 없는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반기업정서도 좀처럼 가실 줄 모른다. 기업은 기업대로 위축됐고 경쟁력 회복의 원동력인 기업가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다.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내리 줄어든 건 그 증거라 할 만하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친기업 행보에 나서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시작으로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은산 분리와 개인정보 규제 혁신에 나서며 정책노선과 이념을 넘어 경제현안 풀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날 초 여름휴가 복귀 이후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감한 실천’을 화두로 던지기도 했다.

문재인정부는 이제 화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신흥국 위기의 ‘전이’를 막는 일이다. 신흥국의 경제, 금융위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내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 파장을 최소화하고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등 신용위험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자금시장 경색과 자본유출 쇼크를 막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기업가정신의 복원도 시급하다. 기업의 성장 없이는 일자리와 가계소득의 난제를 풀 길이 없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기업의 부실은 금융의 부실로 이어져 전체 경제의 위기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두 현안을 풀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담하기 짝이 없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도 신기루에 불과할 따름이다. 문재인정부가 경제현안을 푸는 ‘실사구시’의 지혜를 발휘하며 순항하길 기대한다.

주춘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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