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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 문화콘텐츠, 선대·후손 마음 잇는 가교”

입력 : 2018-07-03 19:53:08 수정 : 2018-07-03 19: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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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북문화원 강성봉 사무국장 / “무궁무진한 원천콘텐츠 발굴 / 향토 문화자원 계승의 첫걸음 / 오래된 시장·공단도 미래 유산 / 기획력 갖춘 전문가 확보 중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좁은 골목에 조선총독부를 등지고 자리한 심우장(尋牛莊).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택이자 민족의 혼을 지킨 마지막 성지였던 이곳에서 지난달 29일 만해 서거 74주기를 기념해 뮤지컬 ‘심우’ 공연이 열렸다.

“그대들의 조국은 안녕한가. (중략) 백년 뒤에 내 나라가 홀로 서 있다면 마음 편히 외쳐주시게. 대한 독립 만세라고….”

독립운동가 일송 김동삼 선생이 옥고를 치르다 순국했지만 시신을 인수하는 사람조차 없는 일제의 현실 속에서 만해의 쓸쓸한 외침이 심우장에 울려 퍼지자 관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날 한 관람객은 “우리 지역의 역사를 그동안 잘 몰랐는데 공연을 보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성북문화원의 강성봉(사진) 사무국장은 “이것이 바로 원천 콘텐츠 사업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역사적 사건들을 기반으로 재생산된 문화 콘텐츠는 선대와 후손들을 마음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강 사무국장은 2012년 9월부터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발굴해 이를 문학, 미술, 음악, 영화, 축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시켜왔다. 만해의 ‘나의 꿈’, 시인 김기택의 ‘불룩한 자루’ 등은 록 음악이 되었고, 우당 이희영의 뒤를 묵묵히 지켜줬던 아내 이은숙 여사의 일화는 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로 탄생했다. 이 밖에도 박완서, 김광섭, 박경리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캘리그라피 공모전이나 성북동의 문화재를 야간에 관람할 수 있는 ‘성북동 문화재 야행’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다. 강 사무국장은 “한 가지 원천 콘텐츠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현재까지 개최한 시민 강연회만 어느덧 20차례 정도이고 제작한 뮤지컬은 10편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성북문화원은 지역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청포도’ ‘절정’이 탄생한 시인 이육사 집터를 찾아내 ‘이육사 문화제’를 진행해왔고, 지역의 독립운동가 96명을 새로 찾아내 이 중 8명에게 국가보훈처 서훈 추서를 도왔다.

강 사무국장은 무궁무진한 역사문화 원천 콘텐츠들을 발굴하는 것이 지역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향토문화 자원을 계승하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재래시장이나 오래된 공업단지, 상점들도 미래의 유산이기에 꾸준한 아카이빙 작업이 필요하며, 이것들 또한 역사문화 자원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며 “도심 속에 존재하는 이런 문화 자원들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문화원이 문화 콘텐츠 산업의 허브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그는 “다른 문화재단들은 기획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들이 문화의 패러다임 흐름에 맞춰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있지만 지방문화원들은 문화 기획을 할 수 있는 구조도 구성원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직접 지방문화원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전문가를 적극 양성해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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