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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북한은 ‘전략적 결단’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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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0 23:43:48 수정 : 2018-06-20 23: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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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한신뢰, 김정은이 입증할 차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전혀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북한 핵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주장과 북한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했다는 반론이 교차한다. 어느 쪽 분석이 맞는지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공동성명은 403개 영어 단어로 구성돼 있다. 북·미 양측은 이 성명을 만들어내려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두 번에 걸친 김 위원장 면담,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김영철·폼페이오 간 1박2일에 걸친 북·미 고위급 회담과 함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 간 5월27일∼6월 11일 마라톤협상 등을 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기자는 이 공동성명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렇게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의 떨림 속에서 공동성명을 받아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 이 성명을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백지 같았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사였던 비핵화 부분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정상회담 하루 전날까지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완전한 비핵화 뒤에 ‘노력한다’는 말은 왜 붙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노력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서로 양해하자는 뜻으로 붙이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러나 일부 미국 측 인사들은 기자에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했다. 공동성명의 자구에 매달리지 말고, 이 성명에 담긴 정신과 비전을 보라는 얘기다. 이 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특히 이 공동성명에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녹아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결단이란 북한이 경제 발전을 위해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국가 전략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미국 국민에게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 발을 쭉 뻗고 주무시라”고 했다. 그는 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한 자신의 업적을 깎아내린다는 이유로 야당과 일부 언론을 격하게 비난했다. 언론이 ‘미국인의 최대 적’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단독 및 확대 회담을 통해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직접 확인했다면 그의 분노는 십분 이해가 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핵 포기 약속을 확실하게 받아냈다면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백악관 집무실 복도에 걸어 놓고, 연일 김 위원장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지 아직 알 수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완전히 꽂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나는 정말 궁합(케미)이 잘 맞았다”면서 “나는 그를 믿고, 그도 나를 믿는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신뢰 결핍이 중대한 장애 요인으로 꼽혀왔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무한 신뢰’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제 김 위원장이 더는 망설이지 말고, 전략적 결단을 내린 사실을 하나씩 입증할 차례이다. 그 방법은 비핵화 실천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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