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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외면으로 시들해진 미투…일각 본질 훼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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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0 09:00:00 수정 : 2018-06-20 09: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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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미투는 지금①] 주요 이슈에 남성들 외면으로 잠잠
“미투운동에는 공감하지만 지킬 건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9일 만난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미투운동과 관련해 결국 미투운동이 현재 시들해진 것은 미투운동을 내세운 한국 페미니즘이 한국 남성들에 대한 공격으로 공감을 잃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 피해자들을 공감하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져야한다”며 “하지만 오히려 미투운동이 극단적으로 변해 나라의 법과 원칙을 무시한채 권리만을 내세워서는 공감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에 미투운동이 강타한지 5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인사들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며 대한민국 여성사의 획을 그은 미투운동은 이제 마지막 길을 찾고 있다. 남성들의 외면과 남북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월드컵 등 대형 이슈로 묻힌 미투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서지현 경남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지현 검사 미투로 촉발...문화계 정계 등으로 불길

지난 1월 한국 사회는 헌정사상 유래없던 여검사의 성폭력 폭로로 요동쳤다. 당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감찰국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등 성폭력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제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집단 중 가장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내부에서 상사에 의한 성폭력 고발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은 촉발됐다.

이후 한국의 미투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각계각층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연출가 이윤택씨의 여성 단원들에 대한 상습 성폭행 고발이 이어졌고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도 불거졌다.

특히 미투 운동은 연예계에서 불길처럼 번지며 조민기씨와 조재현, 오달수씨 등 인기 배우들과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폭로도 이어졌다. 또 조민기씨가 관련 사건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줬다.

한국의 미투운동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씨가 폭로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정치권에서의 미투운동으로 인한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안 전 지사는 우력한 차기 대선주자에서 경찰조사를 받은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시장에 출마 준비중이던 정봉주 의원 역시 미투문제로 낙마했다.

◆미투운동 공감 많지만 곳곳에서 “남성 공격” 공방 중

모든 국민들이 지난 5개월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투운동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김씨와 같이 미투 운동의 변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제기된 폭로들과 관련해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과도한 페미니즘으로 변질돼 한국 남성들을 공격하는 등 당초 미투 운동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의 공감과 여성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공간에 올라오는 남녀간 혐오발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찰의 미투 가해자 수사가 본격화하자 관련 기사에 ‘김치년(한국 여성의 비하 표현)들이 문제다’, ‘한남(한국 남성의 비하 표현)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또 일부 남성들은 ‘뷔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며 한국 여성들의 편향성을 지적해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뷔페에서 맛있는 음식만 골라먹는 것처럼, 권리에 따라오는 의무는 행하기 싫어하면서 그 권리만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뷔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남성들은 ‘국가나 조직 등에서 인간이라면 똑같이 대우받을 권리를 외치지만, 실제 페미니즘을 이용해 여성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능력에 요구되는 직업이나 상황을 회피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상의를 벗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경찰들이 서둘러 담요로 이들 주변을 가리고 있다. 뉴스1
◆과도한 표현방법, 본래 취지 훼손 우려도

미투운동은 실제 전체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유리천장 깨기 운동과 ‘탈코르셋 운동’ 등으로 확대됐고 큰 반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각계각층으로 번진 미투운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10명이 상의를 탈의한 채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몸에는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여성의 나체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하며 ‘누드 시위’를 하는 현장이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브라 없는 맨가슴을 꿈꾼다’, ‘현대판 코르셋 내 몸을 해방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황급히 여성들의 몸을 이불로 가렸다.

참여여성들은 온라인상에 여성의 나체 사진을 게시해야한다며 자유를 주장했지만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은 찾기 어렵다. 엄연히 온라인상 공간이라하더라도 사회공공의 이익이나 성적관념에 반할 경우 명확한 규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가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과 충돌을 빚으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위를 보던 50대 주부 이모씨는 “나도 여자지만 내 자식이 저런 시위를 보게 하기에는 꺼려진다”며 “표현의 방식이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률 국회에서 계류중, 갈길 먼 제도권 정착

현재 한국의 미투운동은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월드컵 등 대형 이슈로 인해 잠잠한 상태다. 들불처럼 번졌던 미투운동은 이제 제도권 정착이라는 큰 과제를 앉고 숨죽이고 있다.

미투운동을 통해 여성인권 정착을 위해 마련된 법률 개정안은 대부분 국회에서 잠자는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수립된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속 지침 및 법률 개정 상황을 점검한 결과, 5월 말 기준으로 법률개정안 12개 중 10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성폭력 등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형법·성폭력처벌법·의료법·전공의법 개정안, 민간직장에서의 성희롱 금지와 구제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노동위원회법·근로자참여법 개정안,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보호와 현장점검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성폭력방지법·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무상 위계·위력을 이용한 간음 및 추행죄의 법정형과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 권력형 성폭력 범죄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도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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