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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많이 본 배우라며 요즘 인사 많이 받습니다”

입력 : 2018-05-31 21:02:05 수정 : 2018-05-31 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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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홈’ 주인공 배우 허준석 / 가족의 의미 묻는 / 김종우 감독 장편 / 두집 살림 야기한 / ‘나쁜 어른’ 원재 역 / “늘 비슷한 역할에 / 스스로 한계 인식 / 연출 시작한 뒤로 / 커리어 차츰 변화 / 강한 임팩트 보다 / 현실적 이야기를 / 전하는 배우 될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이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이름은 대부분 모른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단역 및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다, 2016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대근’역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동시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그 사람’. 그의 이름은 허준석(36)이다.

영화 ‘홈’에서 어설픈 세 아이의 아빠로 변신한 배우 허준석은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배우이자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요즘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많이 봤는데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 ‘어디에 출연했냐’고 묻기도 하고, 처음 간 음식점 사장님이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고 반가워하기도 해요. 전엔 어색했는데 요즘은 농담하면서 먼저 사인해드리기도 한답니다.”

영화 ‘홈’에 출연한 그를 지난 28일 서울 홍대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홈’은 깨어진 뒤 다른 조각으로 덧붙여진 ‘가족’과 그를 지키고픈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의 사고 후 의지할 데 없어진 준호(이효제)는 아빠가 다른 남동생 성호와 성호의 아빠 원재, 원재의 딸인 지영과 함께 살게 되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지만 언제 헤어질지 몰라 불안하다. “아버지가 다른 형과 친형제나 다름없이 자란 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는 김종우 감독의 첫 장편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 나이츠 영화제, 프랑스 투르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 등에 초청됐다.

허준석은 이 영화에서 성호와 지영의 아빠 원재를 연기했다. 두집 살림을 꾸려 모든 불행을 야기한 ‘나쁜 어른’이지만 악역은 아니다. 우유부단하고 어설프며 정 많은 평범한 인물이다.

“원재는 친자식인 성호와 지영이 이름만 부르고 준호를 ‘저기’라고 불러요. 죄책감 때문에 오히려 잘해주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동생들을 보살피고, 속 깊은 준호에게 연민을 느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요.”

준호의 시각과 감정선이 중심인 이 영화에서 원재는 상처받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어른이다.

영화 ‘홈’ 아역배우 김하나, 임태풍, 이효제(왼쪽부터).
“원재가 편의점 도시락을 집밥인 것처럼 속이려다 준호에게 들킨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사소하지만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면 신뢰가 쌓이거든요.”

허준석은 2009년부터 드라마와 장·단편 영화에 주·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연극으로 배우생활을 시작했지만 인지도가 뒷받침돼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초반 작품들에서 그는 주로 악역이었다. 수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점점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늘 비슷비슷한 역할을 하다 보니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한계를 알게 되면서 혼란스러웠어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이병헌 감독이 ‘기가 막힌 게 있다’며 건네준 단편 시나리오를 읽고 제가 연출하게 됐죠.”

단편 ‘강냉이’로 연출에 재미를 느낀 그는 이후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과 감독까지 한 ‘애드립’을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여 호평받기도 했다.

연출을 시작한 뒤 본업인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이판사판’에서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지난해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보도국 캡으로 변신해 악역 이미지를 씻었다.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2013)로 인연을 맺은 이병헌 감독의 영화에 늘 등장하면서 짧지만 임팩트 있는 웃음을 담당한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류승룡, 이하늬 주연의 ‘극한직업’에서는 모자란 악당 정 실장으로 분한다.

실제로도 허준석은 유머러스하다. 위트가 있고 웃음엔 장난기가 묻어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는 “함께 작업한 감독님이 다시 찾아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혼란에서 빠져나와 연기를 즐기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이죠. 지금 이대로도 너무 행복해서 목표 같은 건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함께할 팀을 꾸리고 싶어요. 마동석 형님처럼요. 정말 멋질 것 같지 않나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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