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4·27남북정상회담이후] ‘완전한 비핵화’, 한·미 철통공조가 답이다

관련이슈 칼럼

입력 : 2018-04-30 21:14:01 수정 : 2018-04-30 23:37: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② 북·미 대화 외교전략/北, 비핵화 쓰고 핵군축으로 읽어/미국 입장 강경해질 가능성 높여/타결 이루어져도 과거 회귀 우려/중재 아닌 ‘주인의식’으로 풀어야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서로 손잡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피를 나눈 민족이 (비록 분단국이지만)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하면 그 한쪽을 군사적으로 방어하는 동맹의 좌표가 흔들릴 수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은 얼마 전까지 전쟁을 우려하던 우리 국민에게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공동 번영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가 부러워할 수 있는 통일한국의 등장 가능성을 마음껏 상상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종료된 이후 감성의 파도 위로 이성의 불빛이 다시 솟아오를 때 한반도의 장밋빛 미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가 비핵화, 평화구축, 남북관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긴장완화, 평화체제 구축의 순서로 기술됐고, 비핵화 문제는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내용 속에서 간략히 다뤄졌다.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에 비해 덜 다뤄진 것이다. 다만 선언문에 포함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내용 중에서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가 관철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전 외교부 차관
그러나 이를 실현해야 할 주체를 북한 혼자가 아닌 남과 북이라고 명시하고, 비핵화를 남북 공동의 목표로 적시한 것은 북한의 기존 입장이 아직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비핵화 관련 맨 마지막에 기술된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는 문구는 북한 입장에선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2016년 7월 북한은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한반도 비핵화하려면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성명은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폐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 타격수단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고 하여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과업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4월 21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를 선언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가 실전배치 단계에 이르러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 없게 됐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는 않겠으나 기존에 보유한 핵무기는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폐기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북한만 일방적으로 핵을 폐기할 수는 없으며, 이미 핵보유국 지위에 올라선 북한과 미국이 함께 핵을 포기하든가 조금씩 핵을 폐기해 가는 ‘핵군축’을 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과 후속 이행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4·27 선언문 전문을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이고, 한반도 비핵화는 남한, 북한,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업이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내용도 이러한 전제 위에서 상호 ‘핵군축’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대내적으로 보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4·27 선언문에 ‘비핵화’로 쓰고 이를 ‘핵군축’으로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하나를 얻고 하나를 잃었다. 북·미관계 유사시 한국이 북한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반면,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속마음을 미국에 읽혀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이 한층 강경해질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북한이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술이라면 상관없으나, 그렇지 않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일괄타결’이 이루어지더라도 이행과정에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3월에 우리의 대북 특사단에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체제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으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추상성을 한껏 높여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체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룩한다. 그리고 미국과 북한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각기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다면 이행과정이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우리 정부가 진정한 남북협력시대를 열고 싶다면 이러한 ‘파국’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마치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 양자문제인 것으로 간주하고 ‘중재외교’를 할 것이 아니라,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바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철저한 한·미공조를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전 외교부 차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