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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패션과 상징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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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30 21:13:36 수정 : 2019-03-26 16: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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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마크롱 영부인 패션대결 눈길 / 인형같은 모습, 시대에 맞는지 의문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의 무대에서 패션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감색 양복과 검은 인민복 차림의 두 정상, 그리고 맞춘 것 같은 두 영부인의 화려한 하늘색 원피스와 살구색 투피스가 주목받았다. 패션과 관련해 국제무대에서 세계의 관심을 끄는 두 퍼스트레이디가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다.

 

이 두 여인과 권력자 남편의 나이 차는 똑같이 24세, 멜라니아는 더 적고 브리지트는 더 많다. 트럼프는 소문난 바람둥이로 부인과의 불화가 뉴스거리이지만 마크롱은 임기 초 브리지트를 위해 영부인이라는 공식 직책을 만들려다 드센 비난여론에 밀려 취소한 바 있다.

 

아메리카와 유럽의 권력을 대표하는 트럼프와 마크롱 부부는 얼마 전 워싱턴에서 만났다. 트럼프가 취임한 후 처음 맞는 외국 정상의 국빈방문이었다. 이 모임에서 세계무역의 보호주의나 안보의 이란 핵 합의 등 묵직한 정책 현안 못지않게 영부인들의 패션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언론은 패션을 통해 의미를 찾는 상징의 정치학에 열중했다. 옷의 색상이나 브랜드를 놓고 민족주의 성향을 발견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두기도 하고 장식품의 상징성 분석에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징의 정치를 해석하는 일은 천사의 성별을 파악하는 작업만큼이나 어렵다. ‘표현 따로, 해석 제 맘대로’이기 때문이다. 멜라니아와 브리지트는 고급 명품 브랜드를 즐겨 입는 편이다. 반대로 과거 미셸 오바마는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를 애용했다. 모델 출신 멜라니아와 변호사 미셸의 직업적 습관의 차이일 수도 있고, 미셸의 검소함을 강조하는 이미지 전략인지도 모른다. 브리지트는 고등학생 마크롱의 프랑스어 교사였는데 둘이 연극반에서 친해졌다고 한다. 영부인의 옷차림도 일종의 무대의상인 셈이고, 브리지트는 마음껏 미모를 뽐내며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여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과거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패션모델이자 가수였다. 그녀는 멜라니아나 브리지트 못지않은 사치로 유명했다.

 

요즘은 주로 여성의 패션을 관찰하고 해석하지만 서구의 전통에 따르면 남성도 화려한 의상으로 권력과 감성을 자랑하곤 했다. 박물관에 있는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나 잉글랜드 찰스1세의 초상화를 보라. 멋진 모자와 가발부터 반짝이는 장식의 비단옷, 매끄러운 스타킹과 뾰족한 구두로 치장하고 턱을 들어 모델 같은 포즈로 서 있다. 현대 멜라니아나 브리지트는 ‘저리 가라’ 수준이다.

 

국빈을 대접하는 행사나 부부동반의 관례는 모두 왕정시대의 유산이다. 무대에서 트럼프와 마크롱은 남자끼리 ‘브로맨스’를 과시한다. 그러나 두 남자가 주먹을 맞대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세계 정치를 논하는 동안 부인은 예쁘게 차려입고 인형처럼 서 있는 모습이 과연 남녀평등의 시대에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제일 높은 ‘공복’일 뿐이며, 영부인 역시 ‘국모’가 아니라 최고 공복의 부인일 뿐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처럼 행사나 무대에 집착하기보다는 충실한 내용의 국정과 외교를 운영하는 모습이 오히려 현대적이고 민주적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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