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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부터 한예슬까지 의료분쟁 백태…병원과실은 1%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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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7 06:00:00 수정 : 2018-04-27 0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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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갈길 먼 의료분쟁①] 한해 4만여건 시대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은 지 2주가 지났는데도 병원에서는 보상에 관한 얘기는 없고, 매일 치료를 받는 내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 솔직히 그 어떤 보상도 위로가 될 것 같진 않다.”

배우 한예슬은 최근 SNS에 이 같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하면서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술을 담당한 차병원은 바로 다음 날 “환자 상처가 치료되고 남은 피해 정도에 따라 보상할 것을 제안하고 원상회복을 지원 중”이라고 발표했다.

다행히 병원측이 신속히 한씨의 피해에 대해 보상과 회복을 약속했지만 일반인들에게 일어나는 의료사고는 다르다. 일반인들은 여전히 의료분쟁에 어려움을 겪거나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해 4만여건이 넘는 의료분쟁 실태를 살펴본다.

한예슬 인스타그램
◆한예슬 사고 병원측 이례적 빠른 사과

한씨의 의료사고의 경우 한씨가 글을 올린 후 이례적으로 병원측이 사과를 하고 발빠른 보상을 약속했다.

한씨의 집도의인 강남 차병원 외과 이지현 교수는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박사가 운영하는 의학 전문 언론사 ‘비온뒤’에 얼굴을 비추고 “판단을 잘못했다”고 의료사고를 인정하며 한예슬에게도 사과를 전했다.

이 교수는 수술과정을 설명하며 “한예슬씨가 톱스타이므로 그의 입장을 고려해 흉터가 브래지어 끈으로 가려 안보이는 부위에 생기도록 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긴 듯하다”며 “할 말이 없다. 한예슬씨에게 손상을 준 건 지난 번에도 사과를 여러 번 했지만, 내 마음도 편치 않다”고 밝혔다.

차병원 측도 “화상·성형 전문 병원에서 상처가 아문 뒤 성형치료를 권유해 한씨는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환자 측에 상처를 치료하고 남은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제안한 뒤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시는 배우에게 손상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예슬씨 당사자에게도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연 한씨가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병원측의 발빠른 사과를 받을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는 “한예슬씨의 경우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병원측이 과실을 인정하고 대처가 빨랐지만 일반인의 경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기 마련”고 말했다.

◆신해철부터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까지

가수 신해철씨도 장 협착과 위 축소 수술을 받다가 의료 사고로 사망했다. 집도의인 강세훈씨로부터 장 협착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태에 빠진 신씨는 심폐소생술 후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열흘 뒤 세상을 떠났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신씨의 위장관유착박리술을 집도했으며 수술 과정에서 소장과 심낭에 천공을 초래, 복막염 및 패혈증 등을 유발해 신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신씨의 집도의인 강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의료사고는 비단 연예인이나 공인들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은 의료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지질영양주사제 오염과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 사고 당시 국민들의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2016년 11월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개정됐다. 이 법안에 따라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였거나 1개월 이상 의식이 불명하거나 장애등급 1급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가 없어도 한국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조정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의료사건

26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의료사고 상담은 5만4929건에 달했다. 2012년 2만6831건, 2013년 3만6099건에 비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2월까지 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벌써 1만1283건이다.

의료사고는 손해의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증명해야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재원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의료분쟁 소송은 입증이 곤란하고 막대한 변호사 비용이 발생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실제로 소송에 나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중재원의 2016년 기준 의료분쟁 상담은 4만6735건에 이르지만 이중 조정 신청으로 연결된 경우는 1907건, 조정 개시는 831건에 그쳤다.

다행히 조정중재원을 통해 중재가 되면 다행이지만 형사적 처벌을 바라는 피해자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로 의료사고로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온전히 보상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2016년 의료소송 2854건 중 피해자 주장을 완전히 인정한 경우는 33건으로 1.2%에 불과하다. 부분적으로라도 피해 사실을 인정해 일부 보상을 받은 경우도 29.1%(831건)뿐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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