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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바쳐 임상시험… 해독제 ‘골인’ 날개 펴다

입력 : 2018-04-24 03:00:00 수정 : 2018-04-23 19: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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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의약 개발 ‘골인제약’/ 유황 활용 한방해독제 개발 올인 / 2대 권재우씨 직접 모르핀 투약 / 중독증세 해소 경과 실험하기도 / 현재 특허 취득·FDA 통과 인증 / 美·比 곧 진출… 글로벌 기업 포부 “저 스스로가 실험도구가 돼야 했습니다.”

유황을 이용해 알코올 중독 등 난치병 치료약을 개발하려고 선대로부터 온갖 연구를 다 해온 권재우(1931∼1998)씨는 30대 중반인 1960년대 중반 자신의 몸을 의약품 성능시험 도구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치료 목적으로 모르핀을 다량 구입해 장기간 자신에게 투여함으로써 스스로 중독자가 되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

권진현 대표가 경남 산청군 소재 골인제약 생산공장 2층 핵심공정인 용융기(유황의 독소인 비소를 제거하는 기계) 위에서 기계 성능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산청=전상후 기자
권씨는 당시 선친(권기환, 1962년 별세·경남 산청군)으로부터 물려받은 가업(유황 속 비소를 제거하는 일)에 관해 기술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유황은 항암작용과 중금속 해독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황은 전체성분 중 10% 정도가 독성물질인 비소여서 이를 제거하는 게 과제였다. 비소는 미량만 섭취해도 혀가 굳어지고 오장이 녹아내리며 즉사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권씨는 이 유황 속 비소를 없애고자 1960년대 초 지리산 계곡에 들어가 구증구포(아홉번 찌고 식히기를 반복하는 작업)를 수백회 반복하며 동물을 상대로 실험한 끝에 마침내 성과를 냈다. 그는 최종적으로 임상시험이 필요했으나 여의치 않자 자신의 몸을 시험용으로 이용했다.

권씨는 시험용 의약품 복용 한 달 만에 금단현상이 사라지고, 3개월여 만에 중독증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권씨는 골인제약㈜ 명의로 당시 보건사회부에 임상시험 성적서와 함께 의약품 제조허가를 신청, 1971년 2월 제조허가를 받았다.
권진현 대표가 경남 산청군 소재 골인제약 생산공장 2층 핵심공정인 용융기(유황의 독소인 비소를 제거하는 기계) 위에서 기계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청=전상후 기자
골인제약 산청공장 안에 설치된 혼합기. 산청=전상후 기자

‘골인’이라고 명명한 이 의약품은 독성을 제거한 유황과 한약재인 부자, 운모 등을 섞어 만든 천연한방 복합제제로 체내에서 신속히 흡수돼 간과 대장을 해독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면역기능을 활성화한다. 위장병과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수전증 증상을 개선한다. 개발 당시 유황을 이용한 마약중독치료 의약품 개발은 세계 최초여서 주목을 받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생산공장을 짓지 못했다.

이 회사는 의약개발 3대째인 현 권진현(54) 대표이사가 1998년 10월 취임한 이후 벤처자금을 지원받아 산청군에 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국내외 판매망 확충에 나섰다.

‘골인’은 약물중독 치료제로 개발된 이후 서울대 의대와 경북대 의대, 미국 LA 마약센터에서 임상시험 결과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은 뒤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그 뒤 국내 독소제거기술 특허를 받고 중국 일본 미국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도 통과해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미국과 필리핀에는 조만간 판매망이 구축될 예정이다.

권 대표는 “지금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알코올 등 중독자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며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와 미국, 중남미 등지에 현지 판매망을 구축해 골인을 알리고 중독자 치료에 기여함으로써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산청=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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