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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명문학군서 아이 키워야 한다는 '신념'…자녀의 행복은?

입력 : 2018-04-22 05:00:00 수정 : 2018-04-21 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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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교육'과 '부동산'에 대한 욕망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남들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는 것을 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그럴싸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것을 성공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교육환경과 부동산 시장은 실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교육환경이 좋다고 평가받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그로 인해 해당 지역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교육열이 높다고 평가되는 지역이 대체로 부동산 가격도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기혼자들의 자녀 교육관 및 학군과 부동산 시장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기혼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자녀 교육을 위해 현재 거주 지역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구와 양천구 비중이 높았다.

환경이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기혼자 대부분(85%)이 공감했다.

기혼자 76.3%는 '맹모삼천지교'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이런 인식이 더 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76.9%는 학교의 수학능력시험 및 학업성취도 결과가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서울 및 분당, 일산 등의 신도시에 거주하는 만 19~59세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학군과 부동산 간의 상관관계 및 자녀 교육관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주지역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자녀의 교육환경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며,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맹모삼천지교’의 자세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기혼자들이 현재 거주지역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요소는 교통편(50.5%·중복응답)과 주택가격(46.5%)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이나 회사 등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주택가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무엇보다도 먼저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주변에 생활편의시설(34.3%)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고, 회사와의 거리(32.9%)가 얼마나 가까운지 여부도 거주지역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젊은 세대일수록 생활편의시설(20대 45.6%, 30대 34.3%, 40대 31.8%, 50대 30.4%)과 회사와의 거리(20대 45%, 30대 40.7%, 40대 25.7%, 50대 25.4%)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태도가 뚜렷했다.

자녀의 교육환경도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인으로 꼽혔다. 현재 거주지역을 선택할 때 어린이집 및 초·중·고등학교(26.8%)와 학원 등의 교육환경(17.8%)을 고려했다고 밝힌 기혼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한국사회에서는 학군 및 교육환경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다른 연령에 비해 40대가 어린이집·학교(20대 16.9%, 30대 31.4%, 40대 36.4%, 50대 18.2%)와 학원 교육환경(20대 8.1%, 30대 13.9%, 40대 26.8%, 50대 18.2%)에 대한 고려도가 높은 특징을 보였으며, 아무래도 현재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이 어린이집·학교(무자녀 3.8%, 유자녀 33%), 그리고 교육환경(무자녀 5.2%, 유자녀 21.2%)을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는 편이었다.

현 거주지를 선택할 때 학군·학원 등 자녀의 교육환경을 고려한 기혼자들은 그 중에서도 초·중·고등학교와의 거리 접근성(70.4%·중복응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3040대 기혼자가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를 따져보는 경향(30대 72.1%, 40대 76.7%)이 강했다. 그 다음으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유무(31.6%), 명문학군에 해당되는지 여부(29.1%), 이웃주민 및 학부모에 대한 주변 평가가 어떠한지 여부(26.1%)도 자녀의 교육환경과 관련하여 많이 고려하는 요소들이었다.

기혼자 10명 중 3명 정도(32.2%)는 현재 또는 미래의 자녀 교육을 위해 현재의 거주지역으로 옮겨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체로 만 7세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두고 있는 기혼자(만 7세 45.9%, 초 1~3학년 41.4%, 초 4~6학년 47.9%, 중학교 51.6%, 고등학생 46.6%)가 자녀의 교육환경을 고려하여 현재의 거주지역을 결정한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지역별로는 특히 서울 강남구(55.3%)와 양천구(60.9%), 분당(43.9%) 및 일산(42.6%) 거주자가 자녀의 교육환경을 위해서 현재의 거주지역을 선택했다는 응답을 많이 했는데, 이들 지역은 실제 한국사회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지역들이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현재 거주지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역시 자녀가 등교할 학교와의 거리가 가깝다(62.1%·중복응답)는 점 때문이었다. 그만큼 학교와의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혼자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업성취도결과가 좋은 학교가 많고(32.3%), 교육열이 높아서(30.7%) 옮겨 왔다는 응답도 많은 편으로, 명문고·명문대학으로의 진학을 원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선택했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케 한다. 그밖에 학생들의 품행이 나쁘지 않고(26.4%), 유명한 학원이 많이 있으며(22.4%), 괜찮은 유치원·어린이집이 있어서(19.9%) 자녀의 교육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혼자 86.9% "좋은 환경의 학교에서 자녀 교육시켜야"

교육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한국사회에서 일종의 ‘신념’과도 같아 보였다. 기혼자의 86.9%가 이왕이면 좋은 환경의 학교에서 자녀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성별(남성 85.8%, 여성 88%)과 연령(20대 84.4%, 30대 84.6%, 40대 89.3%, 50대 88.2%)에 관계 없이 기혼자 대부분이 자녀의 교육환경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현재 자녀가 중학생(91.4%) 또는 고등학생(90.5%)인 경우에 좋은 환경의 학교에서 자녀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었다. 환경이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데도 별다른 이견을 찾기 어려웠다.

전체 기혼자의 85%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초등학교 고학년(90.9%)과 중학생(90.3%), 고등학생(87.1%) 자녀를 둔 기혼자가 환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높게 평가했다. 물론 어떤 학교든지 내 자녀가 잘하기만 하면 될 뿐 학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동의 45.1%, 비동의 41%)이 적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좋은 교육환경이 자녀의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보다 공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에 진학하면, 자녀의 성적이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혼자(46%)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기혼자(32.3%)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성(남성 53%, 여성 39%)과 중·장년층(20대 35.6%, 30대 41.1%, 40대 49.6%, 50대 53.2%),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중학생 54.8%, 고등학생 56%) 기혼자가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학교로의 진학이 자녀의 성적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가 큰 편이었다. 설령 자녀의 성적이 꼭 오르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의 아이들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인식도 기혼자 2명 중 1명(50.7%)이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우수한 학교로의 진학만으로도 자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상당한 것이다. 반면 요즘은 ‘유명하고’, ‘좋은’ 초·중·고등학교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은 각각 31.5%, 28.2%로 적은 편이었다. 이미 대학교에 진학한 자녀가 있는 기혼자의 경우에만 유명하고(36.7%), 좋은(35.2%) 초·중·고등학교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런 인식들은 오늘날에도 ‘맹모삼천지교’의 자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혼자의 76.3%가 맹모삼천지교가 오늘날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대체로 연령이 높고(20대 61.9%, 30대 73.6%, 40대 82.1%, 50대 81.4%),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중학생 80.6%, 고등학생 86.2%) 기혼자가 맹모삼천지교를 개연성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강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하는 것이 요즘 자연스러운 현상(73.7%)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좋은 학교의 진학을 위해 굳이 이사까지 하는 부모들을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기혼자(24.1%)는 적은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20대 기혼자(34.4%)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사까지 하는 것을 과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조금 클 뿐이었다. 기혼자 10명 중 3명 이상(34.4%)은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서라면 주거공간이 다소 낙후되었더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기혼자(중학생 47.3%, 고등학생 47.4%)의 이런 마음이 보다 절실해 보였다.

◆전체 76.9% "학교 수능, 학업성취도 결과 지역 부동산 시세에 영향 미친다"

이렇게 자녀의 교육환경을 고려하여 거주지역을 결정하려는 태도가 강한 만큼 학군 및 교육환경이 부동산 시장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76.9%가 학교의 수능 및 학업성취도 결과 등이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바라봤으며, 인근의 학원 및 과외 등의 사교육 여건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데도 대부분(84.3%)이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강남지역의 땅값에도 ‘교육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전체 76.4%가 지금의 강남 집값은 강남지역에 위치한 학군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20대 66.9%, 30대 71.4%, 40대 81.8%, 50대 81.4%) 이런 시각이 뚜렷했다. 강남지역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육환경이 강남의 ‘부동산 신화’에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이사를 고려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기혼자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기혼자의 44.1%가 향후 자녀교육을 위해 이사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그럴 의향이 없다는 응답(23.7%)보다 훨씬 우세했다. 이런 의향은 현재 자녀가 없거나(51.6%), 어린 자녀(돌 전 62.5%, 만 1~3세 52%, 만 4~6세 60%, 만 7세 54.1%, 초 1~3학년 50%, 초 4~6학년 46.3%)를 둔 기혼자에게서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이미 교육환경을 위해 이사를 왔거나, 학교생활에 적응을 한 상태일 확률이 높은 중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기혼자들(중학생 37.6%, 고등학생 34.5%, 대학(원)생 이상 25.1%)은 이사를 고려할 의향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가고 싶은 지역으로는 강남 3구(강남구 37.9%, 송파구 35.1%, 서초구 34.9%·중복응답)와 양천구(22.2%)를 주로 많이 꼽았다.

◆사교육에 대한 불안감도 커…"사교육 시키지 않으면 내 아이 뒤쳐질까봐 불안해"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감도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혼자 2명 중 1명(51.9%)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내 아이가 뒤쳐질까 봐 불안할 것 같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35.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남성(45%)보다는 여성(58.8%), 젊은 세대(20대 45.6%, 30대 48.6%)보다는 중년세대(40대 56.1%, 50대 54.6%)가 사교육을 시켜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부터 더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여졌다. 또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초 4~6학년 62.8%, 중학생 55.9%, 고등학생 63.8%)가 사교육에 대한 고민을 보다 많이 가지고 있었다.

기혼자 10명 중 4명(42.7%)은 남들이 사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관심이 많다고 밝혔으며, 주변에서 공부를 잘 하는 아이의 엄마가 추천해 주는 사교육 코스를 한번쯤 따라 해보고 싶다(36.2%)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비록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동의 52.9%, 비동의 26.8%)이 전반적으로 강했지만, 사교육을 하지 않고서는 진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기혼자(27.8%)는 드물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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