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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국회는 지금 ‘통일 열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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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1 13:53:34 수정 : 2018-04-21 13: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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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훈풍에 관련 세미나 급증 / 여야 머리맞대 법안 발의도 증가
국민의 눈에 국회는 정쟁만 하는 곳으로 비친다. 여야가 각종 현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의도에도 ‘한반도 평화의 봄’ 바람이 불면서 다소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통일 공부’에 몰입하고 있어서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의원연구단체와 의원실이 ‘통일’이나 ‘남북관계’를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관련 법안 발의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국회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특히 통일 문제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색 토론회’도 늘어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초점이 맞춰졌던 관행적 토론에서 벗어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정세변화와 한·미 안보·통상 현안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여야 의원 10여명이 모였다. ‘한반도 정세변화’와 ‘한미 안보·통상 현안’ 세미나에 같이 자리를 한 것이다. 국회 의원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와 국회입법조사처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 국회에선 매일 각종 토론회와 포럼이 열린다. 하지만 여야 의원 10여명이 한 세미나에 모이기는 드물다.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다. 이 연구단체가 개최하는 세미나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늘 ‘열공 모드’에 빠진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병석, 원혜영, 윤호중 의원(이상 민주당)과 이완영 의원(한국당) 등 비회원 의원들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정 의장은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을 오간 문화공연 등으로 한반도에 화해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잘 살려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을 향한 여정에 돌입해야 한다”고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19∼20일 의원회관 2층에서는 남북정상회담 기록전이 펼쳐졌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김부겸 의원(민주당)이 주최한 행사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당시 사진과 관련 통계가 전시됐다. 기록전은 의원회관을 찾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장관은 의원연구단체인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장관은 "이번 전시회는 지난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되돌아보고 다음주에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중단, 북핵 쏙 들어가고 통일, 남북관계 대세

20대 국회 개원 이래 ‘통일’이 제목에 들어간 세미나는 지난해 12월 처음 등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의원(민주당)과 통일교육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소통과 참여로 통일공감대 확산’ ‘세계 청년들이 평화통일을 이야기하다’ 세미나가 출발점이다. 그 후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과 세계평화도로재단이 공동주최한 ‘한일터널의 동북아시아 파급효과,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실현 국제심포지엄’ 등 거의 매주 통일을 주제로 다루는 행사가 열렸다. 20대 국회에서 지난해 11월까지 한 번도 없던 통일 주제 행사가 지난해 말부터 이번 달까지 12차례로 급증한 것이다.

제목에 통일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남북관계’로 범위를 넓히면 행사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에는 세미나 2건이 전부였는데 올해 들어서는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이 주최한 ‘인도적 남북교류와 농업협력을 위한 토론회’ 등 20일까지 총 15번의 남북관계 관련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렸다. 대부분 행사들이 남북정상회담이나 한반도 정세 전망에 집중된 가운데 색다른 시선으로 통일 문제에 접근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지난달 공동주최한 ‘한반도 재난재해 대비 남북협력 모색 토론회’는 북한발 악성전염병의 위험성과 이를 대비한 남북 질병공동방어체 구성 등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 다뤄졌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지난달 ‘통일대비 교육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와 전망’ 포럼을 열었다.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먼저 온 미래’인 탈북청소년들이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기반을 마련할지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북핵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가 대세를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국회에도 평화 분위기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흐름을 보면 2016년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관련한 세미나가 많았고, 지난해에는 사드와 북핵 관련 이슈를 다루는 토론회가 주를 이뤘다”며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시사 발언과 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발표 이후 국회 세미나나 토론회의 성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도 꾸준히 활동한 연구단체들

지난해까지 얼음장같던 남북관계 속에도 일부 국회의원연구단체들은 꾸준히 토론회를 열어 통일과 관련한 연구활동을 지속했다. 20대 국회 69개 연구단체 중 9개 통일·외교·안보 모임이 활동하는 중이다. 가장 활발한 단체가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다. 최근 2년 연속 국회 우수 연구단체로 선정된 이 모임은 여야 의원 골고루 26명이 포진해 있다. 통일문제 연구 및 동북아 물류 중심 기반 조성, 범유라시아 통합·교류방안 연구를 주제로 공부한다. 북핵위기에 내몰렸던 지난해에도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발전, 유라시아 물류에 관한 토론회를 7차례 여는 등 활발히 운영된 덕분이다.
국회 방문객들이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기록전에서 과거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동북아 공존과 경제 협력 연구모임도 남북통일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협력으로 시야를 넓혀 평화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지난해 9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초청해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지난 13일에는 남북미 1.5 트랙 회담 한국 측 간사인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를 발제자로 선정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과제와 전망을 짚어봤다.

◆여야가 따로 없는 통일 관련 법안

의원들은 토론회, 포럼 그리고 연구단체 활동을 토대로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서 ‘통일’이 들어간 법안은 15건, ‘남북관계’가 중심인 법안은 35건(이상 중복 포함)이다. 결의안도 9건으로 꾸준히 제출됐지만 이 중 통과된 건은 지난해 6월 정 의장이 발의한 ‘8·15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과 국회운영위원장이 발의한 ‘남북관계개선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뿐이다.

통일 관련 법안 제출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20대 국회 개원 무렵인 2016년 5월 민주당 박정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으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냈다. 특히 통일경제특구법은 박정 의원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인 민주당 김현미 의원과 한국당 김성원, 홍철호 의원도 각각 제출했다. 당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북한과 맞닿은 파주, 고양, 연천·동두천, 김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국회에서 통일경제특구법 제정 필요성 및 조성방안 토론회를 경기도와 함께 열었다. 경제특구 지정문제는 국토부 소관인데 통일과 연관되면 통일부와 업무가 중첩된다. 여기에 세금 감면 문제가 얽혀 있어 기획재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토론회와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꾸준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고 있다. 박정 의원은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따라 그동안 소외받던 접경지역의 잠재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일경제특구 추진은 여야 간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며 “앞으로 부처 간 이견을 최대한 좁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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