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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음악에 취해… 낭만에 취해… “셸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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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10:03:00 수정 : 2018-04-18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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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떠나 오스트리아 빈으로
아쉬움 가득한 슬로바키아 마지막 밤이 어느덧 지나가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산속 아침은 산새들 지저귐과 함께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들의 소란스러움에 커튼을 걷으니 밝은 햇살과 초록 세상이 펼쳐져 있다. 오늘은 포근한 휴식을 선사했던 자연 품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시작된 음악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자연에서 여행의 피곤함을 씻은 후 다음 목적지, 음악도시 빈이다.

슬로바키아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차창 밖 풍경.
기원전으로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빈은 1440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유럽의 정치, 문화, 예술, 과학, 그리고 음악 중심지로 자리 잡아왔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전성기를 지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정치·경제의 중심지에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예술과 음악 도시로 세계인들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악성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했고,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태어났다. 요한 슈트라우스가 감미로운 빈의 왈츠를 작곡했다. 그 외에서 수많은 음악가가 빈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으며 슈테판 성당, 쇤브룬 궁전 등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하다.

1869년 완공된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 하우스는 파리, 밀라노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불린다
슬로바키아 타트라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는 차로 4시간 정도다. 장거리 운전이 될 듯해 든든한 아침을 챙긴다. 빈에선 저녁에 ‘백조의 호수’ 발레공연이 예약돼 있다. 공연까지 충분한 여유가 있어 재촉하지 않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도 된다. 하이 타트라를 휘감는 맑고 여유로운 바람과 푸른 대지, 하얀 눈을 이고 선 높은 봉오리를 바라보며 아침을 즐긴다. 일상적인 슬로바키아식 아침인 유제품과 치즈를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 잔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타트라 정상과 작별 인사를 했다.

점심 식사는 여정에 따라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니트라나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하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호텔을 나선다. 아쉬운 마음에 가슴 깊숙이 타트라 공기를 들이마시고 난 후 차에 올랐다. 바람 부는 넓은 평야를 다시 마주하고 풍력 발전기와 도시 위의 고성들을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많지 않다. 막아서는 차량도 없어 미끄러지듯 달린다.

탁 트인 시야를 즐기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데 뒤에서 알아들 수 없는 소리가 들리더니 옆으로 다가온 차량이 지휘봉으로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낸다. 갓길로 차를 세우니 앞선 차량에서 경찰이 내린다. 경찰이 일반 차량을 이용해 속도위반을 단속한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사이 경찰복장의 덩치 큰 슬로바키아인이 속도위반이라는 안내와 더불어 면허증을 요구한다. 속도위반이 확실한지 묻는 내게 따라 오라 손짓하더니 그들 차량에 찍힌 속도측정기를 보여준다. 시속 131㎞가 찍혀 있다. 한적한 도로와 탁 트인 광경에 취해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탓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찰은 여러 언어로 쓰인 속도위반 벌금 안내서를 보여준다. 외국 관광객의 속도위반이 종종 발생하는 듯하다.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며 저렴한 티켓으로 끊어 달라 부탁했다. 추억을 위한 기념품이라는 농담과 더불어 용지를 건네준다. 급한 일이 있느냐며 속도를 준수하라는 당부와 함께 벌금 티켓을 받았다. 큰 덩치로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잘 가라는 인사까지 건넨다. 친절한(?) 경찰을 뒤로하고 슬로바키아 국경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간다. 니트라도 브라티슬라바도 들르지 못한 채 슬로바키아를 떠나 오스트리아에 접어든 것이다. 결국 오스트리아 휴게소에서 독일어를 들으며 점심을 했다.

건물 자체로 예술품인 듯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 하우스의 아름다운 실내. 한껏 멋 부린 관객들로 분주하다.
슬로바키아인들과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이 독일어로 대화 나누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신기하다. 엉겁결에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오스트리아 고속도로를 달려 예정보다 일찍 빈에 도착했다.

시내에 위치한 호텔은 저녁 공연이 있는 오페라 하우스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다. 여유롭게 짐을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빈에서 첫 공연은 ‘백조의 호수’ 발레 관람이다. 1869년 완공된 빈 오페라 하우스는 파리, 밀라노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불리며, 규모로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 초연작은 모차르트 ‘돈 조반니’였다. 많은 이들이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는 빈에서 꼭 관람할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돈 조반니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 공연은 ‘백조의 호수’다.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백조의 호수는 1875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관리인인 베기체프가 대본을 쓰고 차이콥스키가 작곡을 한 발레다. 1877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인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발레 공연 중 하나다.

화려하게 치장된 오스트리아 빈 오페라 하우스 내부.
공연 중간 휴식 시간을 즐기는 관람객들.
1877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발레 공연 ‘백조의 호수’는 1875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관리인인 베기체프가 대본을 쓰고 차이콥스키가 작곡을 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야경. 오랜 역사를 지닌 빈은 1440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유럽의 정치, 문화, 예술, 과학, 그리고 음악 중심지로 자리를 잡아왔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익숙한 내용의 공연이라 더 설레고 기대가 크다. 어떤 무대장치에 얼마나 아름다운 발레 연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평소 신지 않는 높은 구두를 신고 공연장으로 간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예술품인 듯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 앞은 한껏 멋 부린 관객들로 붐빈다. 화려하게 치장된 내부를 지나 붉은 벨벳을 감싼 발코니석에 앉으니 중세 귀족인 된 듯하다. 드디어 막이 오른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아름다운 발레리나 몸짓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환호와 박수 소리에 빈에서의 첫날 밤이 깊어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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