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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미투 운동 대중화…"펜스룰, 또 다른 성차별?"

입력 : 2018-04-12 17:00:00 수정 : 2018-04-11 10: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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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여론재판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언론사에 제보하는 모습이 마냥 보기 좋은 건 아니다"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과거 성폭력 피해 폭로한 여성에 대해 손가락질하며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는 건 남성들을 보면 정말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B씨는 "솔직히 사회생활하는데 성별이 무슨 상관이냐. 펜스룰한다고 여성을 사회나 직장에서 아예 배제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권력과 싸우는 건 남성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서로 피해 안 주는 게 이 시대의 펜스룰"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6살 때 옆집 아줌마가 귀엽다면서 제 중요부위 보자고 했는데, 이건 어디에 신고하면 되냐"며 "30년이 지났는데도 너무 치욕스럽고, 그날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D씨는 "성폭행으로 그간 고통받았던 이들에겐 같은 남성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발언에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무늬만 미투인 건 지양해야 한다. 여성 전용주차장, 여성 민방위 편성 제외 등을 보면 일반 남성들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냐"고 반문했다.

E씨는 "남성을 잠재적인 성범죄자, 가해자로 치부하고 있는 요즘 펜스룰은 남성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마저도 성차별이라고 하면 남성들은 눈치만 보고 살아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F씨는 "앞으로 여성의 권위가 높아질수록 남성 중 약자에 위치한 남성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페미니즘에 극구 반대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남성사회에서 약자에 위치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사회 조직 내부에서 징계절차를 밟는 등 다양한 정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면 '유리 천장을 깼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기득권층은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권력구조를 타파하려는 미투 운동은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펜스룰'의 부상이다. 펜스룰이란 성 추문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여성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원칙으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 유래했다.

이를 두고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라는 옹호와 함께 성차별을 합리화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펜스룰은 '여성 없이도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차별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펜스룰, 최소한의 방어수단 vs 성차별 합리화하는 도구

온라인에서는 여성이 받는 차별을 담아낸 소설 '19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90년생 김지훈'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역차별을 호소하는 남성들도 나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투, 페미니즘, 남성차별을 미러링 한다'는 '유투(Youtoo)' 계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계정 관리자는 성범죄 무고로 인한 피해가 심하다거나, 왜 남성의 군 복무만 의무화하느냐와 같은 주장을 올리고 있다.

권력형 관계에서 일어난 성범죄가 아니라면, 미투 운동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부 피해 사례를 깎아내리는 '미투 감별사'도 등장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는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기도 한다.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파장은 그야말로 혁명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남성 위주였던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미투 운동이 끌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연대만을 강조하거나, 성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투 운동이 성폭력 피해고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 변혁으로 이어지려면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피해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수아 교수 "스스로 '남성 약자'라고 생각하는 이들 페미니즘에 거부감"

현재 많은 남성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보이거나, 여성을 멀리하자는 펜스룰에 공감하는 이유는 자신을 스스로 '남성 약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수아 강의교수는 지난 5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에서 '여성혐오 현상을 통해 미투 운동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재 온라인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 같은 공적 의견 발화 장을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남성 역차별 담론'이 지배적 정조를 이루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최근 여성혐오 논란 끝에 제작이 취소된 책 '90년생 김지훈'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성별감별 낙태는 가난한 남자가 많아지는 비극을 낳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성별감별 낙태로 태어나지도 못한 여성은 고려치 않고 남성 스스로만 연민하는 관점이라고 김 교수는 비판했다.

그는 "스스로를 '서열경쟁에서 밀린 남성 약자'로 규정한 남성들이 '왜 여자가 피해자인 척을 하느냐'며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불평등하지 않으며, 페미니즘은 서열경쟁에서 패배한 남성을 밟고 올라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피해자 남성'과 '소수의 권력자 남성'을 나누고, 미투 운동도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권력의 문제라고 해석한다"면서 "이들은 권력형 성폭력을 가능하게 한 구조가 무엇인지는 묻지 않고, 여성이 어떻게 남성의 권익을 침해하는가에만 집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 세대는 '공부 조금 더 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는 어른의 조언을 들으면서 능력이 여성을 획득하도록 보장한다는 능력주의의 신화 속에서 자랐다"면서 "여성이 획득되지 않으면 여성이 남성 약자인 자신보다 권력자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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