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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직원을 찾는 게 아닌 '노예'를 구하니 지원자가 없죠"

입력 : 2018-04-11 17:00:00 수정 : 2018-04-10 1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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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대기업 취직이 힘들다고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 가면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기준법 적용받으며 죽어라 일만 해야하고, 비전을 찾기도 어렵다"며 "청년 구직자들의 눈이 높은 게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상당수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을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하고, 월급은 적게 주며, 일을 엄청나게 시키고, 회사 키워놓으면 사장 친인척들이 상사로 낙하산 타고 내려와 가족회사가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 눈밖에 나면 권고사직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울먹였다.

C씨는 "월 170만원 주는 관공서 무기계약직 경쟁률 체크해봤냐"며 "대졸 구직자 눈높이에 안 맞는 게 아닌 사람 눈높이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씨는 "대학 나와 일 안 하는 청년을 탓하지 마라. 뒤에서 기대하는 부모, 고졸자에 대한 사회의 시각, 비싼 등록금, 맹목적인 진학 강요 등 20여년간 떠밀리듯 살아온 이들이 4년제 대학 나오고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겠냐"고 반문했다.

E씨는 "단순하게 구직자들을 비난할 게 아닌 극소수 재벌기업, 대기업만 잘 먹고 잘 살게 해준 정부를 비판하라"며 "무조건 대학가라면서 부추겨놓고 질 낮은 일자리만 널리고 널린 현실을 어찌하지 못하는 나라를 탓해야 맞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씨는 "결국 문제는 이 나라 교육 시스템이다. 국가경쟁력 낮은 국내 취업용 학위 양산하는 대학도 문제"라며 "국내 대학 수도 1/3로 줄여야 한다. 이런 게 바로 과잉교육의 폐해"라고 힐난했다.

G씨는 "일한만큼 대우받고, 초과근무는 거의 없으며, 안정적인 직장이면 누가 마다하겠냐"며 "박봉은 기본에 포괄임금제 때문에 거의 매일 야근하고, 인간적인 대우 바라는 건 사치인냥 노예 취급하는 회사를 누가 다니고 싶겠냐"고 하소연했다.

직원을 구하지 못한 5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 2/3은 학력을 따지지 않거나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직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빈 일자리 절반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학력 구직자가 수용할만한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고학력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극소수'

11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에 적극적으로 구인 활동을 했음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외국인 제외)은 8만559명이었다.

이 가운데 약 26.0%는 경력·학력·자격증 유무를 묻지 않는 '직능 수준 1'에 해당했다.

미충원 인원 가운데 39.9%는 1년 미만의 현장 경력, 기능사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 고졸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2-1'이었다.

5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일손을 못 구한 자리의 66.0%는 다섯단계의 직능 수준 가운데 가장 낮은 2개 등급의 직무인 셈이다.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학력을 기준으로 전문대졸이 필요한 '직능 수준 2-2'는 18%, 4년제 대졸 또는 석사가 필요한 '직능 수준 3' 15.2%, 박사급 인력이 필요한 '직능 수준 4'는 0.8%였다.

◆빈 일자리 구직자 눈높이에 맞지 않아…정부 "좋은 일자리 많은 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학력은 직무 수준보다 높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작년 3분기 실업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율은 48.5%였다. 청년층(15∼29세)은 58.0%, 25∼29세는 70.2%로 고학력자 비율이 더 높았다.

고학력자의 기대 수준을 고려하면, 미충원 일자리 가운데 청년들이 선뜻 취업할만한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있긴 하지만 상당 부분이 질이 낮은 일자리라 사람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빈 일자리가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다들 대학 교육을 받으니 고급 일자리에만 가려고 한다며 어떤 직종에 어떤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맞춰서 교육을 비롯한 인력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빈 일자리 가운데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한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등을 분석해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빈 일자리가 약 20만1000개인데, 이중 10만6000개 정도는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현재 비어 있는 일자리와 비어 있진 않아도 구인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 이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빈 일자리'로 정의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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