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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음주 파티·묻지마 헌팅… 악몽이 된 ‘무법 게스트하우스’

입력 : 2018-04-02 19:19:27 수정 : 2018-04-02 2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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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여행’ 열풍 타고 우후죽순 / 제주만 게스트하우스 3000곳 넘어 / “좋은 인연 만드실 분… 만남 보장” / SNS서 ‘혼행족’ 겨냥 홍보 경쟁 / 숙박 트렌드 변화 속 젊은층 선호 / 투숙객 상대 술·음식 등 불법 영업 / 성범죄자 취업 제한 등 안전망 시급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에 의한 여성 투숙객 살인사건이 일어난 제주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파티 게스트하우스’로 유명했던 이곳은 1년 전부터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게스트하우스는 문을 닫았다.

지난달 25일 찾은 이곳은 을씨년스러웠다. 밤마다 벌였던 파티의 흔적으로 마당 한쪽에는 치우지 못한 빈 소주병이 빼곡했다.

게스트하우스 인근 주민은 “젊은 여성들이 혼자 여행 가방을 끌고 게스트하우스를 찾곤 했고 밤마다 시끌벅적했다”며 “골목길이 좁아 종종 투숙객들의 렌터카가 우리 집 돌담을 자주 들이받아 관리인에게 항의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승용차가 없으면 버스에서 내려 마을 안길을 20여분 정도 걸어야 하는 외딴곳에 있지만, 인기를 끈 데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제주 게스트하우스에는 밤마다 벌였던 파티의 흔적으로 마당에 빈 소주병이 빼곡하다.
◆파티 게스트하우스 혼여족 대상 불법 영업…성범죄 사각지대

제주도 내 일부 파티 게스트하우스들은 ‘혼행족·혼여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끌기 위해 SNS에서 홍보경쟁을 하고 있다. ‘조용히 주무실 분은 오지 마세요. 제주도 와서 좋은 인연 만드실 분. 파티 불참석 불허용. 여자는 무조건 1만원, 성비 잘 맞춰 주는 곳, 헌팅’ 등의 홍보 문구를 내걸며 유흥업소처럼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살인사건 이후 다시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저질러져 게스트하우스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1일 오후 10시30분쯤 제주시 구좌읍 모 게스트하우스 주변 해변에서 여성 관광객 A씨를 성폭행하려 한 현직 소방관 이모(2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같은 날 일행과 함께 투숙한 A씨를 게스트하우스에서 알게 됐다. 이 사건 역시 발단은 게스트하우스 음주파티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몰래 성추행을 일삼던 30대 남성이 붙잡혀 징역 3년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게스트하우스들은 여전히 투숙객에게서 돈을 받고 음주파티를 벌이는 불법영업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각종 SNS상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술과 음식 등을 판매·제공한다고 홍보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대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불법 영업행위를 한 13곳을 적발했다.
제주경찰청이 21일 오후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에게서 돈을 받고 음주파티를 벌이는 현장을 적발, 업주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시 구좌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 1인당 3만원을 받고 술과 음식을 제공하다가 적발됐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손님 20명에게서 각각 참가비 1만8000원을 받고 주류와 안주를 제공했다. 신고하지 않고 음식점 영업을 하면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제주도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사업장에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농어촌 민박을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구좌읍 게스트하우스 살인 용의자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준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숙박시설을 포함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관광숙박업, 농어촌민박업, 휴양펜션업 등의 숙박시설에 성범죄 경력이 있는 자가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이라며 “나 홀로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성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더는 성범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자 ‘룸을 제외한 곳곳 CCTV 작동, 남자 직원 없고 여사장 직접 관리’ 등 ‘안전한 게스트하우스’를 홍보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숙박 트렌드 변화 속… 우후죽순 게스트하우스 부작용 낳아

‘효리네 민박’ 등 각종 TV 예능프로그램과 영화·드라마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여행·숙박 행태가 소개되면서 ‘나홀로 여행’ ‘한달살이’ 열풍으로 젊은층의 숙박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실속을 중시하는 여행객이 늘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잠자리 중 하나는 공동침실·욕실·주방을 사용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여행정보도 교류하고 자연스레 친분을 만들 수 있어 젊은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숙소로 손꼽힌다.

대부분 하룻밤에 2만∼3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위치도 관광지와 가까운 곳이 많아 젊은이들에게 인기이지만, 우후죽순 늘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제주도에만 게스트하우스처럼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한 곳이 3000곳이 넘는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게스트하우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인터넷상 게스트하우스 언급량은 2012년 8만607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1만3586건을 기록하며 5년 동안 약 3.6배로 늘었다.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주로 친구끼리 또는 혼자 여행하는 젊은이들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인물 연관어 가운데 ‘친구’(8만5249건)가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혼자’(1만8203건)가 연관 언급량 2위에 올랐다. 게스트하우스의 언급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제주(37만6054건), 부산(5만4597건), 서울(2만7833건)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기 위해 201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게스트하우스 연관 감성어를 살펴본 결과 긍정 반응이 86%, 부정 반응이 14%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달 19일까지의 경우 게스트하우스 긍정 반응은 63%로 줄었고 부정 반응은 37%로 높아졌다.

다음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게스트하우스 연관어 1위는 제주도였고 2위는 살인, 3위는 여성이었다”며 “최근에 발생한 게스트하우스 여성 살인사건으로 부정적 언급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게스트하우스는 공중위생 관리법상의 숙박업과 관광진흥법의 호스텔업, 농어촌정비법의 농어촌민박사업으로 신고해 영업하고 있다.

오흥욱 제주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장은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업종신고 없이 영업하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 안전, 위생 등에서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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