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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속속 금융시스템 접목… 편리한 생활 돕는다

입력 : 2018-04-02 03:00:00 수정 : 2018-04-01 20: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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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도입사례 보니
직장인 A씨는 지난겨울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바람에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진료비를 수납하자 A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사에서 보험금 자동청구를 안내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본인 인증을 거친 후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선택하고 전송했더니 ‘보험금 청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바로 왔고, 몇 시간 뒤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문자가 왔다. A씨가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보내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방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블록체인 인증기술 덕분이다.

‘미래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지만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금융시스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보험금 자동 청구

교보생명은 최근 보험업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지급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100만원 미만의 소액보험금은 고객이 먼저 청구하지 않아도 병원에서 진료기록 사본을 보험사로 자동 전달하고 모든 절차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보험금 청구 후 심사를 거쳐 계좌로 송금하기까지 거의 하루 안에 끝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바쁘고 번거로워서 미처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정부 주관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며, 우선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인제대 상계백병원, 삼육서울병원, 가톨릭대성빈센트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 상반기 중 수도권 주요 병원을 대상으로 전체 고객에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 핀테크기업 디레몬의 보험보장분석 솔루션 ‘레몬브릿지’를 활용한 ‘스마트가족보장분석시스템’도 교보생명이 지난 2월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다.

설계사가 고객이 가입한 모든 보험사의 보험가입정보를 한번에 조회한 후 보장을 분석해 중복 없이 설계할 수 있다. 회원 가입을 하거나 공인인증서를 보험사 서버에 등록할 필요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고객의 보험가입정보의 접근권한을 설정하고 인증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2주 만에 고객 7만명이 앱을 다운받고, 4만명이 보장분석을 받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중앙집중형 네트워크와 달리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정보를 보유하는 분산형 네트워크 기술이다. 자료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모든 거래를 참여자가 볼 수 있어 보안성과 투명성이 높다. 금융분야에서는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된다는 점을 이용해 부정거래를 방지하고 송금·결제속도 향상, 수수료 절감, 스마트계약(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거래 실행)을 통한 업무처리 자동화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금융시스템에서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며 “기존 금융체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부터 시작해 앞으로 제2금융권이나 P2P(개인간) 대출 등의 영역까지 확대돼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은행 업권 공동인증 서비스

증권사와 은행에서는 업권 단위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동인증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 금융투자업권 공동인증 서비스 ‘체인 ID’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주식거래와 자금이체를 할 때 필요한 본인 인증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금융투자회사 2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용자는 공인인증서 없이 개인식별번호(PIN), 바이오 인증 등 원하는 방식으로 인증절차를 한번 거치면 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여러 증권사를 이용할 경우에도 추가 인증이 필요 없어 증권사를 갈아타기 쉬워진다.

중앙 서버가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자(노드)에서 보안 인증이 이뤄져 소비자 정보를 해킹하려면 체인 ID에 등록된 증권사 고객 전체 정보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

비슷한 서비스가 은행권에서도 추진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8개 은행이 참여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공동인증 서비스를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핵심 암호인 공개키를 은행 전체가 공유해 인증서를 발급받고 공개키를 한 번만 등록하면 은행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개별 은행들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용카드 결제 업체 비자(VISA)가 진행하는 해외 기업송금 서비스 ‘비자 B2B 커넥트’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국제 자금이체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에도 참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서비스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더디다. 개별 금융회사들이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해외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통제형 전산시스템 위주의 법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에 대비하는 한편 높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블록체인이 도입되면서 예금, 보험, 펀딩 등의 금융활동이 효율화 차원을 넘어 은행·증권 등의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라며 “규제산업인 금융분야에서 이런 신기술이 진입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 정부는 새로운 생태계에서 범죄 등 부작용을 솎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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