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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갑' 이장훈 감독, "원작 소설의 다른 버전으로 봐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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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31 11:01:10 수정 : 2018-03-31 1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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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인가, 여느 영화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던 때였습니다. 아들은 어린데 앞날은 깜깜하니 가족들에게 늘 미안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소설로 처음 접했죠. 아무것도 해줄 게 없는 소설 속 아빠 타쿠미에 공감하면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어요. 사람 많은 지하철 안에서요. ‘당신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미오의 말은 제게 하는 말 같았어요. 힘들 때 위로가 된 소설이라 애정이 컸습니다.”

한국 멜로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45) 감독 말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영화를 리메이크 한 이유를 물었다.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소설은 이미 2004년 일본에서 영화화 됐고 흥행까지 했다. 그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만들겠다 결심했으니, 일본판 영화가 그의 성에 차지 않았을 거라 짐작됐다.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이고 원작 소설의 유쾌함이 완전히 사라졌죠.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으로 감동을 줬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몇년 뒤 기회가 왔다. 제작사에서 이 감독에게 해보고 싶은 작품이 없는지 물었던 것. 그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제안하면서도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탄생했다. 원작의 밝은 분위기에 충실하면서 한국적 색채를 자연스럽게 입혔다. 웃음기 없는 일본판이 더 낫다는 반응도 적지 않지만 이 감독은 후회가 없다.

“제가 소설 원작자 이치카와 다쿠지의 팬인데 그가 제 시나리오를 보고 좋아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안심이 됐습니다. 제작기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요. 일본판과의 비교는 명곡을 여러 가수가 다양한 버전으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봉 초기 흥행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후회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스코어 욕심은 없다”면서도 “다만, 저를 믿고 도와주신 분들을 실망시키는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4일 개봉해 2주 만인 28일 관객 200만명을 돌파(30일까지 누적관객 212만명)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이다. 이로써 이 감독과 함께한 영화 관계자들의 기대에 부응함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미안함을 덜게 됐다.

“제가 처음 소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접했을 때 소설 속 유우지처럼 어린 아이였던 아들이 벌써 중학생이에요. 아이와 아내가 촬영장에 자주 놀러와 응원해줬죠. 가족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할 무렵 영화에 눈을 뜬 이 감독은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30대 초반 영화일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첫 장편 데뷔를 하게 된 이유다.

데뷔작을 통해 신흥 ‘멜로 강자’로 떠오른 이장훈 감독은 차기작이 벌써 기대를 모으는 상황. 그는 “멜로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라면 어떤 장르라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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