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안 없이 유권자 현혹
文정부 ‘지방분권’에도 악영향
파산 日 유바리시 반면교사로 ‘아동수당플러스’, ‘청년수당’, ‘주부수당’, ‘엄마수당’, ‘택시·버스기사 수당’, ‘75세 어른 무상 의료’…. 6·13지방선거 바람을 타고 각종 수당과 지원 공약이 쏟아진다. 신혼부부에게 24평형 임대아파트 무상 제공, 지역 출신 대학생과 청년에게 취업 보장, 실업자에게 취업할 때까지 매달 150만원 지급 등 솔깃한 공약이 판을 친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1995년 민선자치 시작 이래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내건 공약을 당선자가 지켰다면 복지 사각지대는 거의 사라지고, 지역민의 삶의 만족도는 지금의 몇배 수준이 됐을는지 모른다. 혹은 그 많은 약속을 실현하느라 지방 곳간이 거덜 날 수도 있겠다. 보편적 복지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지나친, 선심성 복지공약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복지를 대폭 늘리면 지역민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겠지만 그 재원은 주민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공짜가 아니란 얘기다.
타당성이 낮은 사업, 천문학적인 재원 수반 사업, 지자체장 능력 밖 사업 등은 공약(空約)이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부산지역에서 여야 불문하고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약은 2011년 국토해양부 용역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난 바 있고,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시 신공항 건설 이슈가 불거졌을 때 2016년 프랑스 연구기관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부산시장 예비후보자들은 수조원의 사업비를 민자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사탕발림 공약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경제성이 없다고 한 사업에 기업들이 선뜻 돈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설령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대부분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다. 살림살이는 뒷전인 채 당선되고 보자는 고약한 심보의 발로다.
박찬준 사회2부장 |
우리나라에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가 도입됐다면 문 닫을 곳이 많다. 전국 지자체의 주민 1인당 지방세는 2001년 49만2000원에서 지난해 137만7000원으로 2.8배로 늘었다. 특히 군 단위는 3.4배나 증가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3.7%, 군 단위는 18.8%에 불과했다. 군 단위의 자체수입 대비 인건비 비중은 무려 95.1%였다. 55개 군은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봉급을 충당하지 못했다.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식물지자체’다. 공짜 점심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포퓰리즘 공약을 가려내지 못하면 그 폐해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된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선거공약에 유권자의 관심과 견제가 필요한 이유다. 후보자의 이미지보다 공약의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마련 방안 등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은 유권자의 의무다. 공약이 공염불인지, 폐기된 사업을 꺼내 그럴싸하게 다시 포장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
박찬준 사회2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