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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氣 살리자] 가출 보다 더 치명적…범죄 무방비 '거리의 아이들'

입력 : 2018-03-22 14:21:00 수정 : 2018-03-22 1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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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집 떠난 거리의 청소년들 / 울타리 밖에 방치된 삶… 범죄·성매매 유혹에 빠져들다
“일행 구해요.”, “도움 드려요.” 21일 한 포털사이트의 ‘가출카페’에 게재된 글이다. 가출한 10대 청소년들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찾는 내용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가출 관련 커뮤니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회원 수가 2만명이 넘는 ‘가출팸’(가출 패밀리의 준말) 그룹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같은 또래의 가출 청소년들이 모이면 범죄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 ‘하루’를 버티기 위해 시작한 생계형 범죄가 유흥비를 구하기 위한 ‘계획적·집단적’ 범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초 SNS에 멍투성이인 얼굴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킨 ‘여고생 집단 폭행사건’. 피의자 4명 중 A(14)양 등 여자 자퇴생 2명은 집을 나와 사는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B(19)군 등 2명과 함께 지난 1월 인천시 남동구의 한 편의점 앞길에서 예전부터 알고 지낸 모 여고 3학년인 C(18)양을 차량에 태운 뒤 인근 빌라로 데리고 가 20시간가량을 감금한 채 6시간 동안 집단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양에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만나 성매매를 하라고 강요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처음부터 C양에게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벌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거리 떠도는 가출 청소년’…범죄 무방비 노출

매년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도는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2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청소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중 30%는 청소년 관련 기관의 보호를 받지만 나머지 70%는 거리에 방치된다. 방치된 가출 청소년들은 가출팸으로 ‘운명공동체’를 맺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절도를 시도하거나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여자 가출 청소년들은 성 착취를 노리는 파렴치한 이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 1월11일부터 2월28일까지 수도권 일대의 경찰서와 함께 채팅앱 청소년 성매매를 합동 단속한 결과 성범죄 사범 1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당사자 7명, 알선업자 3명, 숙박 업주 1명 외 청소년이 5명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가출 여고생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자신보다 어린 여중생에게 성매매를 직접 알선한 행위가 있었다”며 “방치된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의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건은 가출 청소년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16살 가출소녀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대금을 받아 챙긴 또래 남녀 청소년 8명에 대해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여가부가 발간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146명 대상) 중 67.8%가 ‘조건만남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조건만남에 빠지는 주요 경로는 스마트폰 채팅앱이 37.4%로 가장 많았고 랜덤 채팅앱(23.4%), 채팅사이트(14%)가 뒤를 이었다.
◆청소년쉼터는 ‘과밀화’…소외되는 ‘학교 밖 청소년’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인 청소년쉼터는 전국에 123곳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가정·학교·사회로 복귀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소년쉼터는 △일시(24시간~7일 이내, 조기 발견과 일시 보호) △단기(기본 3개월~최장 9개월, 상담·사회 복귀 프로그램) △중장기(3년·1년 단위 연장, 자립 지원) 쉼터로 나뉜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휴식 시설과 상담 공간을 갖춘 이동식 ‘찾아가는 쉼터’도 있다.

하지만 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3년 1만5242명이 찾았던 청소년쉼터에는 2016년 두 배 가까운 3만329명이 찾았다. 지난해에도 9월 말까지 2만1168명이 이용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청소년쉼터 정·현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123개의 청소년쉼터 가운데 입소정원을 관리하는 단기·중장기 쉼터(66개)의 27.3%(18개소)가 정원보다 입소자들이 과밀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청소년쉼터를 퇴소했다가 재입소하는 경우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3371명이었던 재입소자는 2016년 4802명, 지난해 9월까지 3441명이었다. 김 의원은 “재입소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쉼터 퇴소자들이 가정과 학업, 사회에서 제대로 성장하는지 관심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만큼 사회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우리 사회는 거리로 나온 아이들을 ‘불량 청소년’, ‘문제아’로 낙인을 찍는다”며 “저출산 시대에 청소년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데 정작 거리에 나와 있는 아이들에게 현실은 냉담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보다 심도 있는 고민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쉼터 찾아요? 여기를 '터치'해봐요!

위기·가출 청소년이 보호시설인 청소년쉼터를 편리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지난 2월 출시됐다. 앱의 이름은 ‘Bee’(벌·사진). 비행이 끝나면 어디에 있든지 자신의 벌집까지 정확하게 찾아가는 꿀벌처럼, 청소년들이 집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 앱은 청소년쉼터 입소 가능 테스트부터 GPS(위치정보시스템)에 기반한 가까운 쉼터 정보까지 알아볼 수 있는 원스톱 쉼터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지역 6개 청소년쉼터가 계명대 산학협력단과 업무협약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개발에 착수해 전국 최초로 올해 2월 본격적인 사용이 시작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청소년쉼터 앱 ‘Bee’는 가출을 고려하고 있는 청소년에게는 가출 예방을, 이미 집을 나온 청소년에게는 쉼터 정보를 제공해 안전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앱은 위기·가출 청소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인 쉼터 입소 조건과 쉼터를 찾아가는 길찾기 등의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개통이 안 된 공기계로도 와이파이를 활용해 앱을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자가테스트로 자신의 쉼터 입소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청소년쉼터를 GPS를 통해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흥미를 이끌어내 지속적으로 앱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웹툰과 심리테스트, 상담방 등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담았다. 대구지역 청소년쉼터 앱 개발 담당자는 “Bee를 통해 가출 청소년들의 조기 발굴은 물론 신속한 개입과 원활한 연계를 위해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은 안드로이드, iOS기반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청소년쉼터’, ‘가출청소년’을 검색해 다운받으면 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가정해체, 학대, 방임 등 여러 이유로 인한 가출 청소년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는 대구지역 쉼터만 확인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해 청소년쉼터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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