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현주의 일상 톡톡] MB "대단히 죄송합니다" 혐의는 부인…법의 심판 피할 수 있을까?

입력 : 2018-03-19 05:00:00 수정 : 2018-03-18 13:47: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섯번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1일 소환조사를 받은 뒤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나와 조사받는 것은 매우 참담한 일입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갖추되 혐의 내용에 대해선 엄격하게 추궁해 국민 앞에 실체적인 진실을 내놓아야 합니다. 법률과 증거에 입각한 조사를 통해 혐의사실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우회적으로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한동훈 차장검사와의 면담에서도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나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생각은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좀 더 진솔하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을 놓고 '실망스럽다'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한 대기업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청와대 문건을 두고 "이 문서는 조작된 것"이라는 입장을 검찰에 피력했다.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형사 책임을 덜기 위해 거짓을 늘어놓고 있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김 전 기획관은 과거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 전 대통령도 사실상 등을 돌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15일 "영포빌딩에서 압수된 다스 소송비 대납 내용이 적힌 복수의 청와대 보고 문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해당 문건이 조작됐다'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먼저 소송비용 대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해외 한 유명 로펌에서 무료로 소송을 지원해준다는 내용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앞서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 일부를 제시했다. 이 문건에는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MB "검사님,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이 문건을 보고받은 적도 없고, 문건 자체가 허위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용이 자신에게 전달되는 보고서에 있을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은 이 문건의 증거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선행조사를 마친 상태다. 검찰은 문건 작성자인 김 전 기획관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건의 출처와 작성 배경 등을 확인했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문건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고, 내용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비교적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4일 열린 본인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직접 "지금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사건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치명적인 진술을 내놓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락 싸온 朴…설렁탕·곰탕 시켜먹은 MB

지난 1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점심·저녁식사로 설렁탕과 곰탕을 각각 선택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5분께 서울중앙지검 특별조사실(1001호)에서 오전 조사를 마친 뒤 바로 옆(1002호)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

휴게실에서 외부 식당에서 공수한 설렁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2시께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조사를 마친 뒤 오후 7시10분께 다시 휴게실로 이동, 곰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이 또한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을 물어 인근 식당에서 배달을 시켰다.

이 전 대통령은 BBK 의혹과 관련해 당선인 신분으로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았던 2008년 2월17일에도 서울 성북구의 한식당에서 꼬리곰탕 정식을 먹었다.

지난해 3월21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밥·샌드위치·유부초밥이 조금씩 든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와 점심때 먹었다.

그에 앞서 2016년 10월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씨는 저녁으로 인근 식당에서 배달된 곰탕 한 그릇을 비웠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9년 4월 검찰 조사를 받던 날 대검찰청 인근 식당에서 미리 주문해둔 곰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오리온 MB 측에 당선축하금 건넸다? 사측 "허위사실 유포…법적대응 예정"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과거 이 전 대통령 측에 당선축하금을 건넸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 측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지난 17일 'MB '당선축하금', 오리온 이화경 부회장 지시…통화 파일 입수'라는 내용의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으며, 당선축하금을 포함한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전을 요구 받은 적이 없다. 당연히 금전을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2012년 4월부터 스포츠토토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가 점점 밝혀지자 비자금에 대한 책임을 담철곤 회장 등에게 전가했고, 자신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강하기 위해 이 부회장과 10여 차례 통화하며 의도적으로 녹음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송된 녹음파일도 그 중 하나로, 대화내용이 제보자의 일방적인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회장은 모르는 내용을 되묻거나 형식적으로 대꾸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통화 녹음 내용 중 당선축하금과 관련 제보자가 지시를 받았다는 표현이 없고, 이 부회장이 내용을 잘 모르는 듯한 부분이 있다. 이는 당선축하금 지시가 거짓이고, 그 실체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6일 한 방송사는 오리온그룹 전직 고위 임원 A씨의 말을 인용해 오리온그룹이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이 같은 당선축하금이 이 전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을 뒷받침한다는 음성 녹취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