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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향한 끝없는 탐구… 루게릭병도 막지 못했다

입력 : 2018-03-14 20:28:43 수정 : 2018-03-14 20: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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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박사 타계/21세 때 루게릭병 진단/신체 한계 넘어/반세기 걸친 왕성한 연구/낙천적이고 유머러스/방송·강연 등 활동도 14일(현지시간) 타계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해 그의 세 자녀들은 성명에서 용기 있고 집념이 강하지만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도 호킹 박사가 우주와 관련한 과학적 업적을 세상에 알리기 훨씬 전에 죽음을 극복했고, 휠체어 등에 몸을 맡기면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누렸다고 전했다. 

◆죽음을 극복하고 휠체어에서 쓴 역사

NYT는 호킹 박사 타계 소식을 전하면서 “반세기 이상 시한부 인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찬란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고 칭송했다.

호킹 박사는 1942년 1월 영국 옥스퍼드에서 생물학자인 부친 아래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다니던 1963년, 21세의 나이로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첫 부인 제인과 결혼을 준비할 무렵 의사는 “남은 시간이 2~3년에 불과하다”며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다행히 병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호킹은 제인과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다. 1988년 기관지 감염으로 음성을 잃어 음성인식합성기에 의존해야 대화가 가능했다.

세계가 인정한 호킹 박사의 학문적 성과는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 이룩해낸 것들이다. 그는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1979∼200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를 지냈다. 양자 중력연구, 블랙홀과 관련한 우주론 등에 대한 연구는 모두 휠체어 위에서 이룩한 성과다. 그는 블랙홀도 입자를 방출하며, 이로 인해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증발해 없어질 수 있다는 이론인 ‘호킹 복사’를 밝혀냈다.

학문적 업적 외에도 ‘스타트랙’과 ‘심슨가족’ 등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광고 목소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2006년 “곧 죽을 것 같아 더 열심히 살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케임브리지대가 2009년 “호킹 박사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병원에서 검사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세상이 놀랐지만, 그는 이 위기도 극복했다. 그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안면에 부착된 센서로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고 이를 목소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화하더니, 글을 쓰고 강연장에도 나섰다.

호킹 박사는 “나는 일찍 죽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내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다”며 “시간이 내게 언제나 귀중한 이유”라고 말했다. 시간 낭비를 싫어하는 신념에 맞게 그는 최근까지도 부지런한 일상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존립이 위태로운 자선버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지역 캠페인에 참여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민영화를 막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낙천적이고 유머가 넘치는 시대의 지식인”

호킹 박사가 반세기 이상의 시한부 인생 동안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가디언은 특히 대학생 때부터 목발을 쓴 호킹 박사는 얼마 뒤 휠체어에 몸을 맡겼는데, 대학 댄스 파티에 휠체어를 탄 채 나타나 친구들을 치고 파티장을 돌며 춤을 뽐내는 등 ‘악명’을 떨쳤다고 전했다. 역대급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호킹 박사는 “내 아이큐가 몇인지 모르겠다. 자기 아이큐를 뽐내는 이들은 모두 루저들”이라고 일갈했다.

20대부터 희소병을 앓아서인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그는 “비록 내가 움직일 수 없고, 컴퓨터를 통해야만 말할 수 있어도 나의 마음속에서 나는 자유롭다”고 자주 언급했다. 호킹 박사는 “지식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기존 지식이 주는 환상”이라고 강조한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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