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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촛불' 미투,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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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8 08:00:00 수정 : 2018-03-07 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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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세계> 대한민국 근본 바꾸는 ‘미투 운동’ 의미∙과제 조명
지금까지 여성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됐던 한국 여성운동은 ‘유리천장’이라는 남녀간 벽을 허물고 평등한 남녀관계를 위한 운동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에 들불처럼 번진 미투 운동은 지금까지 사회 깊숙한 곳에 자리한 대한민국 남성우월주의와 남녀 차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했다는 평가다.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을 근본에서 바꾸고 있는 미투 운동의 현재와 의미, 과제 등을 짚어본다.

안태근, 고은, 이윤택, 안희정
◆여검사에서 시작된 미투, 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국민 여러분 저를 지켜주세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씨는 안 지사와의 성관계에 대해 “제가 원해서 했던 관계가 아니다”며 “지사님은 제 상사이고 그의 권력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이제 문화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서 미투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연극연출가인 이윤택씨의 성폭력 사건이 폭로됐고 배우 오달수씨와 김태훈씨, 조재현씨, 만화가 박재동씨와 사진가 배병우씨 등 문화계와 영화계 관련 인사들에 의한 성폭력 피해 혐의가 수면 뒤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여성 신도 등에 대해 성추행과 성폭력을 한 의혹을 받는 천주교 신부와 관계자에 대한 고발도 있었다.

특히 최근 미투 운동은 정치권으로 활발히 번지는 모양새다. 안 전 지사 뿐만 아니라 국회 의원실에 근무하는 여비서가 국회 보좌관의 성폭력을 폭로하기도 했다.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행사 참석자들이 ‘미투’ 캠페인 손팻말을 들고 각계각층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 풀뿌리 미투로◆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의 시작은 미국에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폭행 폭로였다. 이후 각계각층에서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폭로가 쏟아졌고, 이제는 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의 여성운동은 지금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임금문제 등 여성차별과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에서 여성 인권신장을 주로 겨냥했지만 이번 미투운동으로 계기로 성 차별 구조 개혁 문제로 심화할 조짐이다. 바야흐로 한국 여성운동이 대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숨죽이고 있던 풀뿌리 성폭력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론을 통해 폭로된 유명인들이 아니라도 개인이 겪어왔던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공개하며 성폭력과 성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자로 나선 이은선양(18)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담임 교사였던 남교사가 내 몸을 만지고 무릎에 앉히는 등 1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 이를 학교 측에 알리고 항의했지만 ‘설마 선생님이 그러시겠어’라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었다”고 증언했다.

◆개인 문제 넘어 사회구조 문제로 심화 확대돼야◆

과거 피해자들은 수많은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인의 문제로 치부됐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좀더 성찰적으로 듣기 시작하면서 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미투운동 전에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왔다”며 “촛불혁명으로 사회적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오늘날 미투 운동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피해자들의 인권 및 자존감 회복과 함께 성 폭력의 근원에 자리한 사회 구조적인 개혁으로도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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