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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우아함과 세련미 품은 낙천적인 자유도시

입력 : 2018-03-01 10:00:00 수정 : 2018-02-28 21: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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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의 프라하를 만나다
체코의 가이드, 엘리스를 따라 나선 프라하 여정은 아름다운 외관이 돋보이는 ‘춤추는 건물(Dancing building)’로 이어졌다. 원래 네덜란드 보험회사 건물이지만 춤추는 듯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면서 ‘춤추는 건물’로 더 유명하다. 특히 한쪽에는 위에서 아래로 퍼지는 형태의 유리타워가 있고, 그 바로 옆에는 독특한 구조물이 지붕 위를 장식하고 있는 콘크리트 원형 건물이 있어 마치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전설적인 무용가 커플 프레드 애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이름을 따서 ‘프레드와 진저’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더구나 프라하성이 보이는 아름다운 블타바강 주위에 있어 햇살에 반사되는 유리 외관이 강물과 어우러지고 밤이 되면 옥상에 자리 잡은 구 형태의 금속 구조물에서 조명이 켜져 더욱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아름다운 외관이 돋보이는 체코 프라하의 춤추는 건물. 네덜란드 보험회사 건물이지만 춤추는 듯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면서 ‘춤추는 건물’로 더 유명하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켜 ‘프레드와 진저’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2차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폭격을 받은 자리에 건설된 이 건물은 1992∼1996년에 건설됐으며 순전히 관광객들 눈요기를 위해 외관이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건물이 지어진 배경도 흥미롭다. 체코슬로바키아 평화민주주의혁명이었던 1989년 벨벳혁명 이후, 바로 옆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은 거리 코너에 있는 이 건축물을 특이한 모습으로 개조하기를 원했고, 자신의 아파트를 재디자인했던 크로아티아 출신 체코 건축가 블라도 밀루닉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려 했다. 하지만 해외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려 했던 건물 소유주, 네덜란드 보험회사 요구에 따라 캐나다계 미국인 프랑크 게리와 공동으로 디자인되었다.

처음에는 건물이 너무 두드러진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건축부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건축기술과 함께 프라하가 낙천적인 자유도시의 모습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라하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2012년에는 체코 동전에 등장했고, 1996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세계 최고의 건축 디자인’으로 선정해 더욱 명성을 얻었다.

프라하 전쟁기념관박물관. 유명한 전쟁영화 ‘새벽의 7인’의 실제 배경지로 ‘하이드리히를 암살한 영웅들의 기념관’이다.
이동을 위해 차에 올라 돌아봐도 확연히 눈에 띄는 건물이다. 엘리스는 춤추는 건물이 해체주의의 좋은 예이고 절제된 혼돈과 왜곡이 특징이라고 설명해 준다. 해체주의 스타일을 얘기하며 풍부한 건축역사를 지니고 있는 프라하 건축 설명을 보태니 어느덧 다음 장소에 도착했다. 건축에 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서 감상하니 건물들의 아름다움이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

다음 목적지는 현재의 프라하를 지나 힘겨웠던 2차대전 시대로 거슬러가는 여정이다. 유명한 전쟁영화 ‘새벽의 7인’의 실제 배경지인 전쟁기념관박물관을 방문했다. 공식 명칭은 ‘하이드리히를 암살한 영웅들의 기념관’이다. 체코가 독일에 점령당했던 2차대전 당시, 영국 특수부대 소속 3명의 체코 군인이 독일 히틀러의 오른팔 ‘라인리드트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프라하에 투입된다. 이들은 체코 현지의 레지스탕스와 합류한 후 하이드리히를 암살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발각돼 프라하 동방정교회 교회에 포위된다. 끝까지 저항하던 이들은 결국 나치의 손에 죽는 불명예가 아닌 그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이들을 숨겨준 신부도 결국 교수형에 처한다.

프라하 유대인 지구의 유대교 회당과 스타로나바 유대교 회당.
영화는 아름다운 프라하와 독일군에 저항하는 체코인의 비장함이 잘 묘사된 수작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 저항지였던 교회는 자유와 독립을 향한 체코인의 상징이 되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니 숙연하기 그지없다. 당시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결사대 한명 한명에 대한 설명과 당시 사용했던 무기, 소지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 중에 유태인 학살을 위한 피부색 기준표를 보니 더욱 소름 돋는다. 디자인 색상 구별지로 사용할 법한 카드로 귀한 생명을 삶과 죽음으로 가른다 하니 뒷머리에 싸늘함이 내려앉는다. 건물 곳곳에 방문객들이 놓아둔 꽃들이 있다. 체코인들뿐 아니라 유럽인들에게도 역사교육의 장으로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고 한다. 같은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프라하성 입구 광장의 마티아스 문,
프라하성 광장의 체코 건국의 아버지 토마시 마사리크 동상.
무거운 마음과 많은 생각을 담고 프라하성으로 향했다. 우울한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방울 한 방울 빗줄기에 바닥은 젖어들고 땅거미에 축축함이 스며든다. 프라하성은 9세기 말경 처음 지어졌으나 수차례의 증축과 재건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특히 1989년 벨벳혁명 이후 개조작업을 거쳐 대중에 공개되기 시작했으며 성 안에 여러 개의 박물관에는 수많은 유럽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프라하성 내부 모습. 프라하성은 9 세기 말경 처음 지어졌으나 수차례의 증축과 재건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1989년 벨벳혁명 이후 개조작업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됐다. 성 안의 여러 개 박물관에는 수많은 유럽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성 비투스 대성당은 아름다운 외관과 스테인리스스틸글라스 등 볼거리가 많다.
아름다운 외관과 스테인리스스틸글라스 등 프라하성의 볼거리도 많지만 이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프라하 시내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블타바강이 흐르는 프라하 시내의 붉은 지붕과 교회의 첨탑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오늘 하루 프라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한 듯하다. 프라하가 중세 아름다움과 현대 세련됨을 모두 간직한 도시로 새롭게 다가오는 듯하다. 

체코 프라하 가이드 엘리스가 추천한 수제 맥주집. 진한 체코 맥주 한잔과 현지 음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프라하에 대해 못 다한 이야기로 뒤풀이를 이어간다.
프라하성을 내려와서는 엘리스가 추천한 수제 맥주집에 들렀다. 진한 체코 맥주 한잔과 현지 음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프라하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로 뒤풀이를 이어갔다. 늦은 저녁 자그마한 소극장에서 들려오는 낯선 플라밍고 음악이 더욱 정겹게 가슴에 다가온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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