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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50위의 대반란… 어메이징! 한국 봅슬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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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5 18:45:53 수정 : 2018-02-25 23: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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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승 아시아 최초 은메달 쾌거 / 네 남자, 건·곤·감·리 아래 하나로 ‘똘똘’ / 3차 시기까지 독일에 0.07초차로 앞서 / 4차에서 49초65로 결승선 ‘은빛 피날레’ 25일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3~4차 시기가 열린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 3차시기까지 전체 2위를 달린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조는 운명의 4차시기 출발 전 머리를 맞대며 결의를 다졌다. 파일럿 원윤종은 헬멧에 태극 문양과 ‘건’,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곤’, 푸시맨 전정린은 ‘감’, 김동현은 ‘리’를 새겼다. 네 선수가 모이면 태극기의 ‘완전체’가 된다. 이는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걸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무언의 다짐이다.

환호 한국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4인승 4차 주행을 마치고 기록을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윤종, 김동현, 전정린, 서영우.
평창=남정탁 기자
쉽지 않은 승부였다. ‘팀 원윤종’은 3차시기까지 3위인 독일의 니코 발터 팀에 불과 0.07초차 앞섰다. 이미 경기를 마친 니코 발터 팀은 4차에서 49.58초로 합계 3분16초38을 기록하며 신들린 주행으로 한국을 바짝 뒤쫓았다. 한 번의 실수면 뒤집힐 수 있는 격차였다. 더구나 한국의 스타트 기록은 4초93으로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코스 후반인 스플리트 3~4구간에서 강점인 주행능력이 살아났고, 결국 49초65로 결승선을 끊으며 합계 3분16초38로 니코 발터 팀과 동률을 이뤄 극적인 공동 은메달을 따냈다.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에 오른 이들은 눈물과 땀이 범벅된 얼굴로 포효했다.
한국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이 25일 남자 4인승 3차 주행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평창=남정탁 기자
올림픽 마지막 날을 ‘실버 피날레’로 장식한 봅슬레이 4인승의 선전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이용(39) 감독이 세간의 주목을 받던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서영우보다 4인승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본지 단독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감독이 김동현-전정린과 상의해 이들의 2인승 올림픽 자력 출전권을 포기하고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는 4인승에 사활을 걸기로 한 것이다.

이후 이 감독은 공공연히 “4인승의 활약도 기대해달라”고 밝혔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2인승이 2015~2016 시즌 월드컵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서 평창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4인승은 월드컵에서 단 한 차례도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예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올 시즌 월드컵을 다 치르지 않고 중도 귀국하면서 랭킹도 올림픽 출전팀 중 최하위인 50위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치른 2인승이 6위를 기록,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사기도 부쩍 떨어졌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4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환호하고 있다. 평창=남정탁 기자
하지만 이들은 2인승 경기가 아쉽게 마무리된 뒤 더욱 칼을 갈았다. 이들은 선수 숙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음악도 틀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감독 역시 선수들에게 “4인승 경기는 긴장 풀고 편하게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당부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선수들에게 독이 될 것을 사전에 방지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이런 ‘선택과 집중’으로 기적을 이뤄냈다.

홈트랙의 이점을 극대화한 점도 선전의 비결로 꼽힌다. 4차시기까지 있는 올림픽 봅슬레이에서는 단 한 차례의 실수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평창 트랙은 코너 구간이 모두 좁은 편이다. 2인승 봅슬레이보다 4인승 봅슬레이는 차체가 길어 충돌 없이 지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에 4인승 봅슬레이팀은 지난해 12월 월드컵 투어 도중 귀국해 평창 트랙을 익혔다. 이들은 최종 훈련일인 지난달 30일까지 총 452회 주행을 마쳤다. 눈 감고도 탈 수 있을 만큼 코스가 몸에 붙은 것이 짧은 훈련기간에도 눈부신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합작해 과학적인 훈련 방식을 적용한 것도 한몫했다. 봅슬레이는 스타트 구간인 초반 45m가 매우 중요한데 4인승은 ‘바이브레이션 요법’을 적용했다. 진동이 있는 패널 위에 올라가 30초씩 3~5세트를 서 있다가 내려오면 선수들의 몸이 달궈지고 근신경계가 활성화돼 순간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것이 개발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 뒤 원윤종은 “개개인의 기량은 유럽, 북미 선수들을 앞서지 못한다. 하지만 네 명이 뭉치는 힘은 우리가 강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평창=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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