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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처럼 몰려왔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과열투기는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까지 채굴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암호화폐의 가격변동은 정부의 태도가 규제 쪽이냐 조금 완화됐느냐에 따라 널뛰듯 하고 있다.

과거에도 투기가 심할 경우 국가가 규제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튤립 투기가 성행했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였다. 이를 영화화한 ‘튤립 피버’(감독 저스틴 채드윅)는 데보라 모가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암스테르담 수녀원에서 자란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나이 많은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와 결혼하게 되고, 이들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젊은 화가 얀(데인 드한)이 등장하면서 멜로드라마가 강조된다. 실제 얀이라는 화가도 튤립 투기에 휘말려 돈을 모두 탕진하게 돼 평생 그림으로 되갚은 실제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16세기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선물받아 네덜란드 국화(國花)가 된 ‘튤립’은 귀족만의 애호품이었지만, 17세기가 되자 희귀한 튤립의 보유가 부의 척도로 간주돼 부유층은 앞다퉈 희귀종을 찾았다고 한다. 큰돈을 벌 수 있게 되니 네덜란드 전역에서는 튤립 알뿌리(구근) 확보 전쟁이 일어났다. 튤립구근 한 뿌리에 집 한 채 값을 호가하자 집단적인 광풍으로 부자든 아니든 투기로 인생 역전을 꿈꾸었고, 재산을 탕진하게 됐는데 세계 최초의 자본주의적 튤립 버블이 된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튤립 가격은 1637년 봄이 되자, 급작스럽게 튤립가격에 끼어 있던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아무도 현물을 실제로 사고팔지 않게 된다. 한번 가격이 떨어지자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시세차액을 노려 전 재산을 던졌던 많은 사람이 폭락한 튤립 가격으로 거리에 나 앉게 된다. 어음관련 줄소송이 이어지게 되고, 결국 국가에서 금지시키게 됐다고 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버블이 정도를 넘어서게 돼 투기를 금지시켰지만 암호화폐 규제안을 마련하던 정부도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경제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침대에 사람의 다리를 맞춰 잘랐던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융통성 없는 규제가 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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