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헬조선 살아가는 청소년-중] '행복의 조건=돈?'…부모관계에서도 행복감 느낀다

입력 : 2018-02-24 13:00:00 수정 : 2018-02-22 14:54: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청소년 2명 중 1명은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선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나, 교양을 쌓기 위해 대학에 가려고 한다는 청소년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적성·소질 계발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청소년은 채 10명 중 4명도 되지 않았다.

'2017 청소년 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13∼24세 청소년의 51.1%는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고자 한다고 답했다.

능력 개발 때문에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겠다고 답한 청소년은 38.6%에 그쳤다.

더 나은 결혼, 친구 관계 때문에 대학 이상 학위를 얻으려 한다는 청소년은 4.0%, 주위의 기대 때문이라고 답한 청소년은 3.2%로 나타났다.

인격이나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2.7%에 머물렀다.

◆청소년 51.1% "좋은 직업 가지려고 대학 간다"

학교생활이 적성 개발과 동떨어지다 보니 만족도도 낮아졌다. 13∼24세 중·고·대학생 중 학교생활에 만족한다는 청소년은 52.3%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뤄지는 적성·소질 계발에 만족한다는 청소년은 37.2%에 그쳤다. 교우 관계 만족도(68.8%), 교사(교수)와의 관계 만족도(53.1%)보다 크게는 30%포인트 이상 만족도가 낮은 것이다. 전반적인 학교생활 만족도는 중학생이 59.6%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49.8%), 대학생(49.4%)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졌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5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경험했고, 나이가 들수록 돈을 행복한 가정의 조건으로 꼽았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관적인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오이시디 회원국 22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주관적 행복지수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정도를 오이시디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2016년 3~4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7908명(초등학생 2359명, 중학생 2538명, 고등학생 3011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 행복감, 건강 상태 등 항목의 행복지수를 조사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첫 조사 이후 2014년까지 60~70점대를 기록해 6년 연속 최하위였다가 2015년 90.4점(19위)으로 처음 꼴찌를 면했다가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2016년 기준 주관적 행복지수는 스페인이 118점으로 가장 높았고, 오스트리아·스위스가 113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는 캐나다(88점), 체코(85점) 등이었다.

자살 충동을 경험한 청소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6년 고등학생이 26.8%로 전년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중학생(22.6%)과 초등학생(17.7%)도 각각 3.1%포인트와 3.4%포인트 많아졌다.

청소년은 성적이나 경제 수준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성적이 똑같은 중간 수준이어도 아버지와 관계가 좋으면 75.6%가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아버지와 관계가 나빠지면 만족도가 47.7%로 떨어졌다. 경제 수준이 상위더라도 어머니와 관계가 나쁘면 49%만이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관계가 좋으면 81%가 삶의 만족감을 표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꼽는 청소년이 많았다. 행복의 조건으로 초등학교 4학년은 돈(4%)보다 화목한 가족(37%)을 선택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은 화목한 가족(21%)과 돈(20%)을 엇비슷하게 꼽았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 돈(21%)이 화목한 가족(17%)을 앞질렀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연령대 높아질수록 행복의 조건으로 '돈' 꼽는 청소년 늘어나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7.8%로 나타났다. 사교육 비율은 초등학교에선 80.0%에 달했다가 중학교(63.8%), 고등학교(52.4%)로 가면서 낮아졌다.

다만 사교육 참여율은 고등학교에서 전년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교에선 0.8%포인트, 중학교에선 5.5%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1.2% 증가했다. 중학교의 월평균 사교육비(27만5000원)가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26만2000원), 초등학교(24만1000원)가 뒤를 이었다.

한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액 격차가 최대 11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층은 점점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저소득층의 사교육비는 정체돼 계층 사다리가 작동할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의 ‘사교육비 양극화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1~2015년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1년 26만7783원에서 2015년 52만4022원으로 15년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양 교수는 연도별로 1300~1800가구의 사교육비를 분석해 지난해 10월27일 열린 ‘2017년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사교육비는 2000년 헌법재판소의 과외 허용 판결 이후 급증해 연간 지출액이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등학생 중 하루에 5시간20분을 학원에서 보내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사교육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양 교수는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다. 사교육비 지출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001년 7만4717원에서 2015년 10만1952원으로 지난 15년(2001~2015년) 동안 2만7235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상위 20% 가구의 지출액은 같은 기간 56만8467원에서 115만9162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