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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의 '괴물본능'… "응? 실격? 그럼 아웃코스로만 추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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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18 15:00:53 수정 : 2018-02-18 15: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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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임페딩’(밀기 반칙) 판정으로 실격한 최민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지난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며 가장 공을 들인 종목이었던 500m에서 금메달은커녕 실격이란 충격적인 소식에 최민정은 연신 눈물을 흘리면서도 “제가 더 빨리 잘 탔다면 그런 판정을 받을 일도 없었겠죠...”라는 다소 뼈가 느껴지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 한 마디는 1500m에서의 완전무결하고도 압도적인 금메달로 되돌아왔다.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최민정이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웃코스에서 가속하고 있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의 플레이스타일은 딱 여섯음절로 요약할 수 있었다. 아웃코스 추월. 이는 500m 결선에서 인코스 각축전 끝에 당한 실격이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했다. 상대보다 0.001초라도 더 빨리 결승선을 끊어야 하는 쇼트트랙에선 상대보다 당연히 짧은 거리를 타는 게 유리하다. 이 탓에 동선이 줄어드는 코너링 구간의 인코스는 빈틈을 노리는 선수들의 전쟁터다. 하지만 코스가 짧아 아무리 수준급의 코너워크를 구사해도 순간적인 스피드로 추월하기란 쉽지 않다. 아웃코스 추월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려면 상대 선수보다 더 긴 거리를 타면서도 앞지를 수 있는 체력과 스피드, 파는 물론 냉정한 판단력과 과감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용기까지 갖춰야 한다. 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셈이다. ‘쇼트트랙 황제’라 불리는 빅토르 안(러시아·한국명 안현수)의 필살기가 바로 아웃코스 추월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르랙 역사상 가장 빼어난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최민정에겐 아웃코스 추월은 당연히 갖춘 덕목이었다.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이자 최민정보다 한 살 위인 심석희(21·한국체대)도 “워낙 파워가 좋아 치고 나가는 부분이 장점이다. 동생이지만 배울 부분이 많은 선수”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예선에서는 11바퀴를 남겨놓고 아웃코스로 질주하며 여유있게 1위로 준결선에 오른 최민정은 준결선에서는 4바퀴를 남겨두고 2바퀴를 아웃코스로 탄 끝에 선두 자리를 뺏어낸 뒤 선두 자리르 지켜내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준결선 레이스 도중 추월할 때 왼손을 뒤로 빼면서 실격을 의식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우승한 최민정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이날 압권은 결선 무대였다. 예선과 준결선과는 달리 최민정은 12바퀴를 남긴 레이스 초반 선두로 치고 나왔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이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최민정이 초반부터 선두 자리에 나서자 킴 부탱(캐나다)과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요리엔 테르 모르스(네덜란드) 등이 그로부터 선두 자리를 빼앗기 위해 치고 나왔다. 세 선수가 선두 경쟁을 하느라 불필요한 체력 소진 과정을 4위 자리에서 관망하던 최민정은 3바퀴를 남기고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웃코스로 빠져나온 최민정은 한 바퀴를 통째로 아웃코스로 타면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세 선수를 차례로 제쳐냈다. 이미 체력을 소진한 경쟁자들은 최민정의 멀어져만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바퀴를 남기고 큰 격차로 선두 자리를 꿰찬 최민정은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완벽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사자성어가 꼭 어울리는 한 판이었다.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건 13일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최민정은 “너무 힘들 게 준비한 과정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쳤다. 4년간 꿈에 그려온 올림픽 금메달을 따니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3일의 눈물과 다른 의미냐는 질문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눈물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까지 힘들었던 게 떠올라서 흘린 것이라 비슷하지만, 성적은 정반대 아닌가”라며 씩 웃어보였다.

이제 최민정을 향한 기대는 남은 1000m와 3000m계주 독식까지 올림픽 3관왕으로 향하고 있다. 500m 실격 후에도 SNS에 ‘꿀잼’이란 단어를 쓰며 레이스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최민정은 “그런 기대는 그동안의 성적을 토대로 봐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서 즐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릉=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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