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수찬의 軍] “美 첨단무기 도입? 쓸만한 무기가 안보인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2-17 10:30:00 수정 : 2018-02-17 10:17: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최첨단 군사자산 획득을 위한 협의를 즉시 시작한다”고 합의한 지 3개월이 흘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나서 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이 우리에게 있고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며 “한국이 주문할 것이고 이미 승인 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회담 결과가 발표되자 군 안팎에서는 미국에서 도입할 첨단 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시각이 제기됐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들통난 무기도 있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속전속결로 구매가 추진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무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방에는 도움이 안된다.

미국 공군 F-15E 전투기가 알래스카 상공을 비행하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신형 해상초계기 사업에 쏠리는 의혹의 눈길

방위사업청이 이르면 올해 말 기종을 선정할 예정인 신형 해상초계기 사업(약 2조원)은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미국제 사전 내정설’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중고 S-3B였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P-8A 내정설이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개입설까지 제기되면서 의혹의 눈길은 더욱 강해졌다.

이같은 의혹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인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제 무기 구입 추진에 합의한 직후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앞으로 대잠 항공기인 P-8이 얘기될 수 있다. 한국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 미국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사업절차는 요식행위일 뿐, 정치적 고려에 따라 P-8A가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해군 장병들이 P-8A 해상초계기에 대잠어뢰를 장착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현재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종은 미국 보잉 P-8A와 스웨덴 사브 소드피시(sworfish)다. 복수의 기종이 응찰하면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그럼에도 P-8A 내정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군 소식통은 “P-8A에 대해 방사청과 보잉 관계자들이 같은 문서를 보고 읽는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며 “해군은 방사청으로부터 현재 예산규모로 P-8A 5대 안팎 정도 도입 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소드피시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브측은 지난해 10월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전후로 소드피시에 대해 꾸준히 설명을 해왔지만 “실제 기체가 없어 사업 참여 자격이 없다” “값이 비싸다”는 등의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사브 관계자는 “싱가포르, 뉴질랜드를 비롯한 6개국을 상대로 소드피시 판매 협상을 하고 있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항공기라면 6개국이 협상할 생각을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가격 문제에 대해서는 “P-8A 5대를 살 예산이면 소드피시 10대를 살 수 있다”며 “P-3CK 16대에 소드피시 10대면 동서남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실제 기체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입찰 자격을 얻었거나 도입이 결정된 F-35A, F-15SE 전투기와 KC-46A 공중급유기 등 미국제 무기와 비교할 때 소드피시에 대한 문제제기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P-8A를 해외 도입, 소드피시는 해외 연구개발 방식으로 분류해 ‘P-8A=즉시 전력감’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경쟁 구도를 허물려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나중에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사업 추진 방식과 절차를 투명하게 집행해 ‘미국 무기 내정설’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소드피시 해상초계기가 해상 정찰을 실시하는 상상도.
사브 제공
◆실제 도입될 무기 종류는 극히 드물다

미국제 무기 중 도입 가능성이 가장 많이 거론됐던 조인트 스타즈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과 기갑부대 등 지상군의 움직임을 밀착 감시할 수 있는 정찰기로 한 번 비행하면 11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은 걸프전이 발발한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입돼 이라크군의 동향을 감시, 다국적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현재 17대가 운용중이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뒤 군 당국은 내부적으로 조인트 스타즈 도입 가능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군이 조인트 스타즈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들여올 항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이 운용중인 조인트 스타즈는 노후화로 인해 미군 지휘관들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헤더 윌슨 미국 공군장관은 지난해 11월 “조인트 스타즈는 전투 지휘관들의 요구 중 5% 정도만 충족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처음 제시된 대안은 기존에 개발된 기술들을 조합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기종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록히드마틴, 보잉, 노스롭 그루먼은 이에 맞춰 차기 조인트 스타즈 기종을 미군에 제안하며 개발 준비를 진행했다.

E-8 조인트 스타즈 정찰기가 지상군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비행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하지만 미군의 선택은 미국 방산업체에게 좌절을 안겼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공군이 2019 회계연도 예산에서 조인트 스타즈 대체 사업을 취소하고, 기존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군의 결정은 미래 전장에서 조인트 스타즈가 의미있는 전력인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뒤라는 점에서 정치적 결정이 없다면 조인트 스타즈 대체 사업 회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공군은 기존 조인트 스타즈 17대를 최대한 사용한 뒤 퇴역시킬 가능성이 높다.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우리 군은 P-3CK처럼 미군 중고 기체 도입도 불가능하다. 미국 방산업체에 새로운 조인트 스타즈를 주문할 수 있지만 가격 검증이 불가능해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고, 운영 규모가 작아 운영유지비 폭증도 우려된다.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도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서 발사하기 어려워 2020년대 중반 도입될 예정인 차기 이지스구축함 장착이 거론되고 있다. 공군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40대를 도입할 스텔스 전투기 F-35A 20대 추가 구매는 물밑에서 사업이 진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사업 착수조차 미지수다.

패트리엇(PAC-3) 최신형인 PAC-3 MSE가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경우 미국에서 LA급 잠수함 대여 등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해외에 인도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재즘(JASSM)은 타우러스(TAURUS)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중복된다. S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도 현재까지 설정된 신형 해상작전헬기 사업 규모가 1조원에 채 미치지 못해 사업비 증액 없이는 입찰참가조차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꿈꿨던 ‘대박’이 일어날 확률은 낮은 셈이다.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미국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특히 동맹국과 우방국의 안보 부담 증대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비켜가려면 미국 무기 구매 카드는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1100억달러(약 123조6000억원)의 미국 무기 구입을 약속했다. 카타르도 지난해 F-15QA 전투기 36대를 120억달러(12조8000억원)를 들여 도입키로 결정했다. 러시아제 무기를 쓰는 베트남조차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미국제 무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서 공병부대가 만든 부교를 육군 천마 지대공미사일 발사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육군 제공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의 군사적 유대관계가 약하다. 방위산업 기반도 취약하다. 따라서 미국제 무기를 대량구입해 안보를 유지하고 미국과 군사 교류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당수의 무기를 자체 생산한다. K-9 자주포처럼 미국제보다 더 우수한 국산무기도 있다. 생산이 어려운 전략무기만 미국에 의존한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미국의 전략무기들은 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달러를 아무리 많이 쥐어줘도 F-22 전투기를 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도 복잡하다. 이런 저런 제약이 많다보니 아랍 국가들처럼 수백억~수천억달러를 들여 미국제 무기를 단기간에 구매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랍 국가들처럼 미국제 첨단무기를 구매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을 했다. 10여년에 걸친 무기도입 사업을 통해 첨단무기를 많이 확보한 군의 현실과 미국제 첨단무기가 실제로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현실은 가려져버렸다. 정치적 고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정적인 형태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G20의 일원으로서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도 대미 관계를 산업기반도 안보도 취약한 아랍 국가들처럼 ‘돈폭탄’으로 해결하려 하면 그 피해는 군에 돌아간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