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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남편이 아프면 아내가 간호…아내가 아프면?

입력 : 2018-02-16 17:00:00 수정 : 2018-03-11 17: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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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며느리 입장에서 시댁을 왜 불편해하는지 아냐"며 "자식을 낳아도 예쁘고 좋은 건 자기네들 닮았다하고, 좋지 않은 건 다 여자집안 닮았다고 한다. 그런 며느리가 암에 걸리면 시댁에서 어떻게 볼지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시댁 각종 행사엔 다 불러 일 시키고, 애 같은 남편 뒤치다꺼리 다 해줬다"며 "정작 며느리가 아프면 시댁으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니 여성들이 결혼 안 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C씨는 "가족중에 암 환자가 나오면 시련으로 인해 더 결속력이 생길 줄 알았다"며 "현실은 달랐다. 반복된 항암치료와 엄청난 병원비에 결국 가정은 파탄이 났다"고 말했다.

D씨는 "남편이 아프면 대부분 배우자가 간병해주지만, 부인이 아프면 남편이 간병하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며 "부인이 병에 걸리면 간호는커녕 바람 안 피면 다행인 거냐"고 반문했다.

E씨는 "며느리가 오랜 기간 암 투병하면 십중팔구 이혼 얘기 나오고, 집안은 망가지며, 남편은 외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병원 중환자실에 오래 있어본 이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고 전했다.

F씨는 "여성 입장에서 유방암도 큰 충격인데 시댁 눈치까지 봐야 하냐"며 "자기 자식 귀하면 남의 집 자식도 소중한 걸 알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은 이혼이나 별거 등의 '2차 고통'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병 과정에서 가족의 격려와 지원 부족에 섭섭함을 느낀다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최근 대림성모병원은 유방암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극복과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358명은 대림성모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료한 유방암 환자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소속 환자들이다.

◆유방암 환자 이혼율, 일반 여성의 3배 이상

설문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 15.3%는 이혼, 별거 등으로 가족관계가 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16 혼인·이혼 통계' 기준 국내 일반 여성의 이혼율이 4.8%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 여성의 이혼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40대에서도 여전히 유방암 환자의 이혼율이 높았다. 일반 여성의 이혼율은 40대 초반 9.6%, 40대 후반 8.7%로 집계된다. 같은 연령대 유방암 환자는 이혼율이 12.5%에 달했다.

의료계에서는 40~60대 여성은 유방암 진단 이후에도 가사와 육아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간병까지 하는 등 주위 조력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가족관계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방암 투병 중 시댁에 대한 불만 가장 커

유방암 투병 중 가족의 심리적·물리적 지원을 묻자 33.4%(119명)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족을 배우자 및 자녀, 시댁, 친정 3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을 때 시댁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불만족은 9.8%, 친정에 대한 불만족은 11.2%를 기록한 반면 시댁에 대한 불만족은 22%에 달했다.

대림성모병원 측은 "많은 유방암 환자가 가족의 격려와 지원에 부족함을 느끼고 투병 중 별거, 이혼 등을 경험하는 비율도 일반 여성에 비해 높았다"며 "더이상 유방암을 건강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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