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혐의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과 겹치기 때문에 그의 1심 판결문은 ‘미리 보는 박 전 대통령 판결문’이나 다름없다. 재판부는 박근혜정권 시절의 국정농단 배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있음을 명백히 했다. 그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문화·체육 육성을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물리치고 “미르·K스포츠재단은 청와대 작품”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3일 서울중앙지법의 1심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침울한 표정으로 구치소행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2016년 11월 시작한 국정농단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최씨를 포함해 총 48명이다. 이날 최씨 선고로 박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3명만 남고 모두 1심 재판이 끝났다. 법원은 오는 20일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것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은 공범인 최씨보다 훨씬 더 무거운 만큼 법조계에선 “최대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짜고 롯데 및 SK 측에 면세점 신규영업 인허가권을 무기로 내세워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고 본 판결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국정을 운영하며 어떠한 사심도 없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실은 최씨 모녀를 도우려는 ‘사심’에서 기업들을 쥐락펴락했음이 인정된 셈이다.
다만 삼성 항소심 재판에 이어 이번에도 ‘묵시적 청탁’의 존재가 부정되면서 검찰과 특검팀은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최씨 1심 선고까지 난 마당에 같은 재판부가 담당하는 박 전 대통령 1심에서 이를 뒤엎기는 힘든 만큼 검찰과 특검팀이 곧장 항소심 준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공여 액수가 70억원이나 되는 만큼 집행유예 선고는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다. 둘 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부회장은 액수가 36억여원인 반면 신 회장은 그 2배에 가까운 70억원이 뇌물공여 액수로 인정됐다.
김태훈·배민영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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