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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뉴KAI 플랜 가동… 글로벌 경영시스템 정착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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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30 19:22:06 수정 : 2018-01-30 19: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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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기업 투명성·효율성 강화 주력/분식회계·횡령 등 부정부패로 ‘풍파’/취임 후 조직 통폐합… 임원 40% 줄여/FM대로 움직이는 회사 소리 듣고파/2030년 내 세계 5위 항공기업 도약/생산품의 50∼60% 해외시장에 수출/이르면 6월에 회사 규정 국제기준화/기술혁신·선제 투자로 미래역량 확보/항공기정비회사 사업자로 선정/우수한 정비품질·시간 단축에 중점/경쟁력 확보 땐 해외시장 공략 가능/앞으로 민항기 시장 진출도 노릴 것
“가죽을 벗겨내 새로 만들고 있습니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취임 3개월 소회를 묻는 질문에 ‘혁신’(革新)의 말뜻부터 풀었다. 지금 KAI가 진행 중인 혁신 과정이 “살갗이 벗겨지는 정도의 큰 고통이 따르는 일”임을 강조한 말이다.

말 그대로 KAI는 제 살을 도려낼 정도로 환골탈태 과정을 겪고 있다. KAI는 작년에 분식회계, 횡령, 부정채용 등의 사건으로 전 사장이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이후 취임한 김 사장은 경영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조직부터 손봤다. 조직 통폐합으로 임원급의 40%가 나갔다.

KAI는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뉴KAI’ 플랜도 진행 중이다. 뉴KAI의 핵심은 ‘글로벌 스탠더드’ 확립이다. 김 사장은 “경영 혁신의 요체는 사기업에서 벗어나서 국제 기준에 맞는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며 “생산품의 50~60%를 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인 KAI의 모든 시스템은 글로벌 수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 사장이 밝힌 KAI의 미래상이 의외였다. 그는 “‘사장이 없어도 되는 회사’”를 KAI의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사장은 “저 같은 문외한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 된다”며 “각 본부장(5명)이 실질적인 이사회 멤버 역할을 하면서 현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5년여간 감사원과 청와대에서만 일해 내정 당시 항공산업 ‘문외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김 사장은 부정부패 딱지가 붙은 KAI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는 최적의 인사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은 “‘KAI는 FM(Field Manual)이다.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회사다’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이라면서 “이르면 올 6월, 늦으면 연말까지 모든 KAI 규정을 국제 기준으로 전부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이런 작업이 “KAI 최고경영자(CEO)의 소명이자 할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뉴KAI의 비전은.

“2030년까지 세계 5위 글로벌 항공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지난해 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KAI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치열한 내부토론과 외부 자문을 거쳐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경영혁신위원회가 도출한 개선과제의 이행과 시스템 혁신을 통해 2030년 세계 5위 항공기업 도약이라는 비전을 꼭 이뤄낼 것이다.”

-중점 추진사항은 무엇인가.

“인사 및 평가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무회계 시스템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여 국제 기준에 맞는 경영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다. 또한 도전적인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개발역량을 갖춰나갈 것이다. 선제적 투자기반을 마련하여 미래 핵심역량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아울러 KAI는 주식회사로서 재무성과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제고시켜야 함은 물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방산업체로서의 공기업적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MRO(항공기정비회사) 사업자로 선정됐다. 추진계획 및 경쟁력 확보 방안은 무엇인가.

“기체 중정비에서 인테리어 개조까지 단계별 사업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3월 MRO 발기인 조합을 설립한 뒤 8월 법인 설립, 11월 국토교통부의 정비조직 인증을 받고, 12월 정비사업에 착수하는 게 목표다. 또 2019년에는 미국 연방항공청 등 해외 항공당국의 정비능력인증을 받아 해외물량 수주 등 국제경쟁력도 조기에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AI 정상화를 위한 그간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한국에서 MRO의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보는가.

“우수한 정비품질과 정비시간 단축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 수는 약 2300대(민간 약 800대, 군 약 1500대) 규모로 저비용항공사(LCC) 성장 등에 따라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 정비도 이미 수행하고 있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정비물량 수요는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KAI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MRO에 필요한 부품들을 경쟁력 있게 확보하는 것이다. 부품업체 육성과 해외협력 등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많은 일자리 창출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수리온 헬기의 수요 확대 방안이 있는가.

“산림 헬기와 제주 소방헬기는 국토교통부의 특별감항증명을 받아 안전성을 입증해 올해 상반기 내에 납품할 계획이다. 수리온이 국토부 특별감항증명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관용 헬기 시장 확대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 산림 헬기와 소방헬기가 해당 기관의 운영을 통해 비행안전성과 임무 수행능력을 입증할 경우 추가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소형민수헬기(LHC)가 개발 완료되면 다양한 헬기 플랫폼 확보로 국내 관용 헬기 시장 점유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수리온은 중형헬기(8.5톤급)이고 LHC는 소형헬기(4.5톤급)다.”

-최근 미국 고등훈련기교체(APT) 사업과 관련해 록히드마틴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 협의가 잘 되어가고 있는가.

“성능과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는 KAI가 만든 고등훈련기 T-50A가 경쟁 기종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하나 가격 경쟁력이 핵심 관건이다.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고등훈련기 교체 기종은 7월경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3월까지 록히드마틴 측과 납품 가격 등을 협상해서 3월 말에 최종 제안을 미 공군 측에 할 예정이다.”

-민항기 시장 진출 계획도 밝혔다. 개발 기술력 및 판매 경쟁력 확보 방안은 마련되어 있나.

“KAI의 개발역량과 인프라는 충분하다. 시장 확보가 관건이다. 특히 세계 민항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분야로 고객이 원하는 기종을 합리적 가격으로 개발해야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 막대한 개발비용과 고객 확보 등을 위해서는 정부, 해외 선진업체 등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춰야 추진할 수 있다. 시장조사와 함께 사업 타당성 검토를 면밀히 분석해 추진할 것이다. 우리가 구상하는 민수용이란 게 무인비행체와 60~100인승용 유인기다. 무인기는 개발이 많이 진척됐고, 60~100인승 유인기는 탐색단계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적자를 냈다. 2018년 실적 전망은 어떻게 보나.

“달리면 늘 바람을 마주하는 법이다. 지난해 여러 어려움은 KAI의 성장통이라고 본다. 수리온 납품 재개와 중동 수출기 입금지연의 불확실성이 일정부분 해소되었고, 항공기 정비사업 전문업체 지정, 경찰 헬기 수주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은 당연히 턴어라운드하여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KAI 구성원과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가 부임해서 한 것은 ‘원칙대로 하자’ 딱 하나다. 현재 KAI는 제가 기대한 수준보다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KAI 임직원이 자랑스럽다. 지금은 KAI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국내 1위 업체에 머무를 것이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점이다.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 수준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는 것을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 부처에 항공산업을 전담할 부서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대담=김기동 산업부장, 정리=나기천·김승환 기자 na@segye.com

●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은

●1957년(61)

●진주고, 영남대 행정학과, 성균관대 대학원 경영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 건국대 경영학 박사

●행정고시 합격(22회),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 감사원 사무총장

●경남과학기술대(진주산업대) 총장,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이사,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및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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