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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동료끼리 분향소로 발길…밀양의 눈물은 따뜻했다

입력 : 2018-01-28 22:00:04 수정 : 2018-01-28 2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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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7명 ‘눈물의 장례식’/“호흡기만 달렸어도…”/“엄마, 화재 없는 세상서 행복해”/“고생했어, 사랑해” 마지막 배웅/나머지 유가족도 31일까지 발인/한파 속에도 분향소 추모 행렬/“지인·친구 잃어”… 충격 빠진 밀양/시내 곳곳에 추모 현수막 걸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 “호흡기만 제대로 달렸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엄마, 엄마∼ 화재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세요.”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참사 사흘째인 28일 유족들의 오열 속에 일부 희생자들의 장례가 처음 치러졌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들의 오열 속에 발인

이날 오후 밀양 희윤병원 장례식장과 농협장례식장 등지에서는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38명 중 김순임(90·여)씨와 박이선(93·〃)씨, 현수금(89·〃)씨 등의 발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고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한 유족은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씨의 아들 강모(67)씨는 “급한 상황에서 어머니의 호흡기를 떼고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호흡기만 제대로 달렸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강씨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에 분노를 느낀 모습이었다.

인근의 농협장례식장에서 열린 박씨와 현씨 등의 장례식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령에 폐가 좋지 않아 3주 전 세종병원에 입원한 박씨는 상태가 호전돼 원래는 화재 발생 당일 오후 퇴원할 예정이었다. 박씨의 딸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은 “엄마, 사랑해”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고령의 아들 역시 “고생했어”라며 어머니에게 사랑의 말을 대신했다. 현씨는 허리협착증 치료를 하려고 입원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현씨 유족들은 조용히 흐느끼며 고인과 이별했다. 이날부터 희생자 7명에 대한 발인을 시작한 데 이어 나머지 유가족들도 31일까지 순차적으로 장례를 끝낼 예정이다.

침통 28일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거행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발인에서 유가족들이 한 희생자의 영정을 따라 이동하며 오열하고 있다. 참사 사흘째인 이날은 사망자 38명 중 7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밀양=연합뉴스
◆장례식장 된 밀양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도 시민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가족끼리, 혹은 회사 동료끼리 분향소를 찾았다.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지면서 분향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히 순서를 기다렸다. 밀양 시내 곳곳에 추모 현수막이 걸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 된 듯했다.

조문을 온 한 고등학생은 “직접적으로 아는 분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동네여서 그런지 몇번 마주쳤던 할머니들이 있다”며 “부모님 지인들도 있고, 평소 집 앞이어서 세종병원을 자주 이용했는데 이렇게 큰 사고가 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조문객도 “같은 동네 사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우리 할아버지도 몇달 동안 요양원에 계시다 최근 퇴원하셨는데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아직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유족들이 “우리 엄마 살려내. 살려달란 말이야”라고 호소할 때는 참배를 하는 시민들이 함께 눈물을 적시기도 했다.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견하지 못한 탓에 영정 사진은 대부분 증명사진을 확대한 것이었다. 사진 속 고인들은 구김없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유가족들도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아픔을 나눴다. 제천 참사 유가족 대표 류건덕씨는 “저희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보낸 입장에서 (유족들의) 그 고통과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빨리 와서 유족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전해드리고 부상자분들의 쾌유,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빨리 달려왔다”고 말했다.

밀양=김범수·김민순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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