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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향한 文의 분노… 2009년 백원우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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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8 13:28:19 수정 : 2018-01-18 14: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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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 정치적인 살인이다!”
백원우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09년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살인”이라고 외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9년 5월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뜰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 도중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MB) 당시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를 향해 내지른 분노의 함성이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MB를 향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 등을 중심으로 백 전 의원의 고함이 다시 회자되는 분위기다.

백 전 의원이 영결식 도중 갑자기 언성을 높인 것은 MB가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백 전 의원의 돌출행동은 노 전 대통령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배후에 MB가 있다는 의구심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백 전 의원이 소리를 지른 것으로 모자라 단상의 MB 쪽으로 달려가려는 모습을 보이자 재빨리 청와대 경호원들이 달라붙어 그를 제지하고 다른 장소로 격리시켰다.
2009년 5월29일 경복궁 앞뜰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 도중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영정 앞에 헌화한 뒤 돌아서 걷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그의 변호인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실을 언론에 처음 알린 이도, 국민장으로 치러진 장례를 주도한 이도 모두 문 대통령이었다. 훗날 문 대통령은 그날 백 전 의원의 행동에 대해 “그때는 (나도) 백 의원과 같은 마음이었고 백 의원을 껴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뜻밖에도 백 전 의원은 이 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처지로 내몰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그를 재판에 넘기며 적용한 혐의는 형법상 장례식 방해죄였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차분하고 엄숙하게 진행돼야 했는데 그가 소리를 지르고 현직 대통령을 향해 막 달려가려고 하는 바람에 영결식 엄수가 방해를 받았다는 이유다. 당시 중앙지검 노환균 검사장(현 변호사)-신경식 1차장검사(현 변호사)-오정돈 형사1부 부장검사(현 서울고검 검사) 라인이 수사와 기소를 주도했다.

1심은 백 전 의원의 장례식 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는 2013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백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발탁됐다. 민정비서관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들을 컨트롤하는 막강한 자리다. 그 때문에 지난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경,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주무 비서관으로서 배석하기도 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왼쪽)이 지난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경,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배석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이명박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자 야권에서 “노 전 대통령 죽음에 한(恨)을 품은 백 비서관이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과거사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MB의 전날 성명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강성발언을 내놓은 것이 과거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의 백 비서관 행동과 오버랩되며 새삼 ‘역사는 돌고 돈다’라는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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