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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최저임금 역풍 현실화…'을'도 아닌 '정' 알바생들의 눈물

입력 : 2018-01-15 05:00:00 수정 : 2018-01-14 09: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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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상당수 아르바이트생들이 구직난이나 해고 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수도권 일부 대학에서는 비용 절감 등의 명분을 내세워 청소원을 3시간짜리 초단기 파트타임 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인력 감축이나 근무시간 단축에 나섰고, 셀프주유기를 설치하는 주유소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알바생에게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였던 패스트푸드 업체도 무인계산대 설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자장면, 햄버거, 분식 등 외식 물가도 줄줄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외식 물가뿐만 아니라 가구, 생활용품 등 각종 소비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상된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주의 편법·부당행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려했던 '최저임금의 역풍'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고용현장의 부당행위 점검과 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실제 성과를 거둘진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영세 고용주들의 비용 상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원 가량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 돈을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전체 비정규직의 고용보험률이 44%에 불과해 웬만한 영세사업장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산업 현장에서 업주들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각종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급을 올리지 않기 위해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거나, 각종 수당을 없애 기본급에 넣거나, 서류상 휴식시간만 늘리는 방법 등이 동원되고 있다. 시급은 늘었지만, 총 급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 지난 6일까지 56건의 '최저임금 갑질'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주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꿔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하는 등 상여금을 삭감하는 '상여금 갑질' 사례가 30건(53.6%)으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법은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규정한다.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 기본급을 그만큼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일부 업주가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갑질 항의했더니 회사 망할 것 같다며 사표 쓰래요"

이밖에 각종 수당을 없애 기본급에 포함하는 '수당 갑질'(12건), 서류상으로만 휴게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휴게시간 갑질'(8건) 등의 사례 제보도 다수 있었다.

직장인 A씨는 "기본급의 600%였던 상여가 400%로 줄었고,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이 전부 사라졌다"면서 "시급은 올랐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못한 급여를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 학원은 50분의 수업시간 중 10분을 휴게시간으로 빼고 수업 당 40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최저 시급을 적용하겠다고 강사들에게 통보했다. 3조 3교대였던 근무체계를 4조 3교대로 바꿔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무일을 늘린 회사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특히 이런 최저임금 관련 '갑질'이 회사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근로계약이 근로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회사가 통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어제 항의했더니 회사 망할 것 같다며 사표를 쓰라더라'라고 제보한 직장인도 있었다.

◆정부, 고용현장 부당노동행위 점검…실효성 있는 성과 거둘까?

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오는 3월 말까지 아파트·건물관리업,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음식점 등 5개 업종 5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용부는 이달 28일까지는 서한 발송과 설명회 등을 통해 계도에 나선 뒤 29일부터 집중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점검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는지 여부와 함께 근로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한 사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상여금을 줄이려고 한다면 근로자 50% 이상이 참여한 노조의 동의(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과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알바생을 많이 쓰는 프랜차이즈업체에서 휴게시간(1시간)을 추가로 부여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하려면 서면으로 근로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알바생 수습기간에도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사업주가 식비·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임금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면 기존 지급하던 수당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

사업주가 상여금 지급 주기를 바꿔 매달 일정하게 나눠 지급해도 월 임금에서 상여금을 뺀 금액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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