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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겨우살이와 자연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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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1 21:30:37 수정 : 2018-01-11 21: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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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악산에 다녀왔다. 눈 내린 설악산의 겨울 풍경은 참으로 잊을 수가 없다. 이후 군데군데 걸려 있는 까치 둥지만 한 ‘나무 위의 나무’에 눈이 꽂혔다. 바로 ‘겨우살이’다.

요즘 겨우살이에 강력한 항암성분인 비스코톡신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일·스위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겨우살이 요법이 암의 대체치료법으로 인기라고 한다. 우리 한방에서도 뽕나무겨우살이인 상기생(桑寄生)을 요통·동맥경화·동상·중풍치료약재로 널리 쓴다. 그러다 보니 겨우살이가 불법 채취로 모진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하여 안타깝다.

겨우살이는 겨우살이과의 상록기생관목으로 숙주나무에 빌붙어 사는 종자식물이다. 겨우살이는 잎줄기에 든 엽록체로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다른 나무에서 진을 빼앗아 생활한다. 이에 겨우살이를 반기생식물이라 한다. 겨우살이는 ‘겨울에도 푸르게 산다’ 하여 붙은 이름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겨우겨우 어렵사리 살아가 겨우살이 이름을 얻은 게 아닌가 싶다.

겨우살이는 세계적으로 1400여 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겨우살이·참나무겨우살이·동백나무겨우살이·꼬리 겨우살이·붉은 겨우살이 등의 종이 자생하고 있다. 줄기는 Y자로 갈라져 있으며 잎줄기 모두 살이 많은 다육질로 황록색인 잎은 가죽처럼 거칠고 질기다. 보통식물뿌리와 사뭇 다르게 대롱 모양의 기생뿌리를 나뭇가지에다 깊이 박아 관다발에서 나무즙을 빨아 먹는다.

겨우살이의 번식은 새를 통해 이뤄진다. 재미있는 건 겨우살이는 새를 유혹해 먹이를 제공하고, 새는 열매를 먹고 입에 붙은 열매를 다른 나무에 비벼서 씨를 이동시키거나 분변을 통해 다른 곳으로 씨를 이동시켜 번식을 돕는다. 겨우살이의 열매에 담긴 끈끈한 점액질은 다산·생기·사랑을 상징하기도 하고, 또 겨우살이는 귀신을 내쫓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이기도 한다.

겨우살이의 번식 과정을 보면서 자연의 공생과 순환이치에 경이로움을 갖게 된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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