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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사건·사고… 근본적 성찰 필요 / ‘만일의 상황’ 피하려는 사회적 합의 중요
2017년 연말에도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타워크레인 사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이 보도되자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되풀이해서 일어나는지 의아해했다. 우리는 2015년 5월부터 거의 6개월 동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전국이 초비상사태를 유지했고, 2014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일로 전국이 울음바다가 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세월호’와 ‘메르스’를 거론하며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열의를 드러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재’와 ‘참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참사는 사건이 주는 고통이 강하다는 뜻이고, 인재는 시스템이 잘 작동했으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바람을 나타낸다. 인재와 참사가 일어나면 정치권과 언론은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느라 뜨거운 논의를 펼친다. 그 뒤 시스템을 정비하고 매뉴얼이 작성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대로 된다면 참사와 인재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후 관리를 잘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전 예방도 멀고, 사후 관리가 철저하지 못하고, 사후에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제도적 차원의 접근만으로 반복되는 사건 사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필요로 한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살펴보면 안전보다 편의와 이윤을 우선시하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다중이 모이는 시설에는 소방 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이고 화재를 대비해 비상구가 잘 열려 있어야 한다. 건물의 경우 비상구와 통로에 물건을 쌓아두니 평소에도 다니기가 불편할 뿐 아니라 정작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비상구를 찾을 수 없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구가 제 기능을 하고 있으니 우리는 비상한 상황에 탈출구가 없는 아찔한 삶을 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책임자의 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유사한 사건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러한 삶의 관행은 만일의 상황을 고려하는 가정의 사고가 약한 정황과 관련이 있다. 비상구에 물건을 쌓을 때 ‘만일 화재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를, 무분별하게 주정차를 할 때 ‘만일 소방차가 출동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규정과 수칙을 무시할 때 ‘만일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보자.

이때 ‘나 하나쯤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는 습관이 쌓이고 쌓여 단순 사고로 끝날 일이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음주 운전과 관련해서 강력한 단속과 엄격한 처벌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보았다. ‘만일 술 마시고 운전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면 누구도 ‘아무 일이 없을 거야’가 아니라 참혹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고 동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삶의 다양한 현장에서 만일의 상황을 가정하고서 그것을 피하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개개인은 편의와 이윤의 욕망에 따라 ‘나 하나쯤이면 어때’라고 안이한 사고가 널리 퍼질 것이다. 그 경우 참사와 인재는 다시 우리를 찾아오고 우리는 더 이상 편안한 공동체를 꾸릴 수가 없을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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