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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나이 어리고 직급 낮아도 부를 땐 '놈' 아닌 '님'

입력 : 2018-01-08 05:00:00 수정 : 2018-01-08 1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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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장 주목받았던 뉴스 키워드 중 하나는 이른바 '갑(甲)질'입니다. 이제 직장 갑질은 일상 다반사인데요. 기업체는 물론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과 의료계에도 '을(乙)의 분노'가 연이어 터져나온 한 해였습니다. 권력을 지닌 기득권층이 힘 없는 이들을 괴롭히는 갑질 이슈가 불거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나 오너가 물의를 일으키면서 가맹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지난해 6월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A사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브랜드 제품의 불매 운동이 확산됐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이후 가맹점 매출은 이전보다 20~40% 감소했습니다.

B사 오너 역시 '갑질'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본사의 '보복 영업' 등 그간의 횡포를 참다 못한 일부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뒤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게를 열자, 인근에 직영점을 내 보복을 했습니다. 결국 이 회사의 오너는 지난해 6월 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갑질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로 드러난 성적 등 숫자만으로 줄을 세우는 잘못된 교육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괴물을 키우는 교육이 우리 사회 갑질의 뿌리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 축사에서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에 두겠다"며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켜내겠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인 사람 중심 경제의 양 날개인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모두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해 12월28일 김상조호(號)의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갑질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어 우리 사회와 국가경제의 공정성이 높아지고, 구성원들간 신뢰가 회복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각종 갑질, 성폭력 등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부조리한 사건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내·외부 구성원 간의 소통과 조직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새해를 맞아 다시 부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성원들간의 존중과 화합, 나아가 외부 파트너사와의 관계까지 아우르는 건전한 기업 문화 정착은 이제 기업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입을 모은다.

◆건전한 기업 문화 정착, 기업 생존 필수조건으로 자리매김

8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직장 내 젠틀맨, 성공할 수 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상사, 동료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글로벌 마케팅사 ‘유니버섬(UNIVERSUM)’의 직장인의 행복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인용, 한국이 57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49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스트레스는 특히 직장에 대한 불만에서 많이 비롯되는데 상사와 동료로부터 받는 비(非)매너 행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스타트업 기업 취업 의향’ 설문에서도 취업 의향 있다고 밝힌 전체 67.9%의 구직자 중 52.3%(복수응답)가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이유로 뽑았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준비생)들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에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경영진의 상습 폭언, 사내 직원간 성폭행, 가맹점 갑질 등 연이어 불거진 사건·사고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제품 불매운동, 매출 폭락 등의 위기를 맞았다.

이같은 직장 내 비매너 행위를 개인 문제가 아닌 회사 전체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관리, 감독,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조언했다.

◆존중 호칭, 회식 근절…수평적인 기업문화 조성 힘쓰는 기업들

이런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수평적인 사내 문화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먼저 삼성그룹은 지난해 3월1일부터 기존의 7단계였던 직급을 4단계로 줄이고, 직원 간 호칭을 ‘OOO님’이라고 하는 등 호칭을 파격적으로 단순화했다. 삼성전자에서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전통적인 호칭이 사라진 것이다.

LG유플러스도 LG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혁신문화 5개안' 중 하나로 수평적 호칭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이후 상호간 호칭을 ‘파트너’로 통일했다. CJ그룹도 2000년 이후부터 호칭을 모두 ‘님’으로 바꿨다. 롯데그룹도 ‘기업문화위원회’ 조직을 신설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라이프케어기업 코웨이도 지난해 10월24일부터 직급 및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임직원을 ‘OOO님’으로 부르는 수평적 호칭을 도입했다. 이번 수평적 호칭 도입은 임직원 간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강화하고, 수평적이며 창의적인 문화 확산을 통한 회사 내 자유로운 소통 강화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최근 사회적 인식과 기업문화에 대한 필요성을 반영하듯 이런 움직임은 다른 업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기업 위메프는 ‘위메프는 항상 존중체’라는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나이나 직급과 관계없이 ‘님’ 호칭과 존댓말 표현을 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는 모두 ‘파트너사’로 존칭을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건전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 협력사와도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한 위메프는 저녁자리가 잦은 연말연초 기간 조직(파트·팀·실)별 공식적인 음주 회식을 금지했다. 대신 사내 공지를 통해 점심식사나 가벼운 저녁식사 자리를 갖도록 유도했다. 직원들의 피로감을 덜고, 경각심을 갖자는 차원이다.

이승진 위메프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는 “존중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존칭과 존댓말 사용이라는 판단하에 사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잘 정착된다면 보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 등이 업무 효율 측면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갑질 없는 문화' 조성…임직원 윤리의식 함양

‘사람(人) 중심의 경영’을 통해 업계의 귀감을 사고 있는 기업도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10월말 ‘2017 리스타트 잡페어’를 통해 청년, 중·장년, 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채용을 진행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시니어, 주부사원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채용에 힘써왔다. 맥도날드의 채용문화는 사람 중심의 기업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맥도날드 창립자인 레이 크록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맥도날드가 문을 연 1955년부터 ‘사람 중시’라는 기업 철학을 강조해왔다.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 방식은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KT&G는 일과 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 힘 쓰고 있다. 3주간의 리프레시 휴가, 임직원 가족들을 위한 '가화만사(社)성'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육아를 위한 휴직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등 가족까지 챙기는 배려로 임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앞서 KT&G는 출산, 육아, 일, 가정 양립 문화 조성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기업문화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공고를 인정받아 2015년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밖에도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별도 이수 과정을 거쳐 멘토로 선별된 선배 직원들과 인턴들이 함께 협업에 회사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Cross Functional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에게 학습과 적응을 강요하기 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환경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SK플래닛 11번가는 '공감 페스티벌' '다빈치 포럼' 등 직원간 참여와 소통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행사를 통해 변화와 혁신의 근간을 다져오고 있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토론문화를 통한 지속적인 혁신 아이디어의 공유는 SK플래닛 성장의 핵심 키워드이다. '참여와 소통', '참신한 아이디어와 인재' 2가지는 SK플래닛을 이끄는 힘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4월24일부터 개인용컴퓨터(PC) 강제오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뒤 퇴근시간 소득과 정시퇴근 사내방송 등 PC오프제도 도입에 따른 애로사항을 줄이기 위한 단계를 밟아 전면 도입된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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