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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일요세상] 지하철서 버젓이 영상통화·스피커폰 사용…이해할 수 있습니까?

입력 : 2018-01-07 08:00:00 수정 : 2018-01-06 0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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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서 한 중년남성이 옆에 앉은 비슷한 나이 여성에게 “조금만 조용히 합시다”라고 말했다.

방금 전, 여성 A씨는 걸려온 전화에 대답하면서 수화음을 최대로 키워 옆에 앉은 남성 B씨에게도 상대방 목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B씨의 지적에 A씨는 “제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미안해했다.

스마트폰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을 홍보하는 영상에 등장하는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일일 지하철 수송인원이 682만명에 달하는 등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외국 나가면 한국 지하철만한 곳이 없다”는 등의 칭찬이 쏟아지지만, 지하철 승객의 비매너 행위는 하드웨어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스피커폰, 영상통화 등 가장 기본적인 예절조차 지하철에서 지키지 않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최근 서울지하철 1호선을 타고 귀가 중이던 대학생 김모(25)씨는 영상통화 중인 한 남성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알만한 건 다 아리라 생각되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퇴근길 승객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상통화하는 남성의 뻔뻔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김씨는 “영상통화라는 게 상대방 목소리까지 그대로 나오지 않느냐”며 “대중교통 영상통화가 과연 상식적인 일이냐”고 말했다.

상대방 목소리가 외부로 나오는 스피커폰도 문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어폰 통화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자기 목소리가 어떤 크기로 들리는지 제대로 알 수 없어서 나름 조용히 말한다고 생각해도 실상 주위 사람에게는 소음이라는 거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지하철에서 친구와 통화하는 남성을 봤다”며 “양쪽 이어폰을 끼고는 큰 소리로 전화한 것도 모자라 갖은 비속어가 들려서 불쾌했다”고 밝혔다.

조용하고 짧게 통화하자며 지하철 예절을 지키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지만,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DB.


이토록 주변 승객 통화에 불편하면서도 가만히 있는 건 괜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냥 참지 하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니, 비매너 행위를 저지르는 본인도 자기 잘못이 뭔지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카페에서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손님의 기사를 다루면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공적 공간의 사사화(privatization of public space)’라는 용어가 나왔다.

쉽게 말해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을 자기 것으로 착각한다는 거다.

사적 공간이 모여 만든 거대한 공적 공간인 지하철에도 같은 설명을 적용할 수 있다.

다른 승객이 불편을 느끼면서도 간섭할 수 없는 이유는 사적 공간 경계에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기도 하다.

자기가 모르는 사이 다른 이이게 불편을 끼친 적은 없었는지 조심스레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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