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평창은 제2 고향 … 무대 울릴 아리랑 기대하세요”

관련이슈 2017 월드컵

입력 : 2018-01-04 19:15:57 수정 : 2018-01-04 21:34: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6년 만에 민유라와 아이스댄스대표로 출전하는 겜린 / 아리랑 배경음악 프리댄스 호평 / 작년 세계 5위로 올림픽 티켓 따내 / 미국인으로 작년 특별 귀화 통과 / 여동생 은퇴로 파트너 잃었지만 / 재미교포 민유라와 ‘의기투합’ / “불고기 등 한국음식 특히 좋아해 / 아리랑 노래 들을수록 가슴 뭉클 / 은퇴 뒤 이곳서 지도자 생활하고파"
피겨 아이스댄스의 겜린 알렉산더(오른쪽)-민유라조가 지난달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표선발 2차전에서 아리랑 음악에 맞춰 우아한 프리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아리랑을 쓰겠다고? 다른 곡으로 바꿔 보는 건 어때.”

지난해 9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대회를 앞두고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겜린 알렉산더(25)-민유라(23) 조는 고민에 빠졌다. 그들은 2015년 팀을 결성한 뒤로 줄곧 경쾌한 리듬의 배경음악을 사용했다. 그룹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와 빅뱅의 ‘뱅뱅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평창올림픽 때 한국의 문화를 ‘진하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배경음악을 ‘아리랑’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코치진은 “낯선 음악은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왔다.

겜린-민유라 조는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지만 뚝심으로 아리랑을 밀어붙였다. 이들은 마침내 네벨혼 트로피에서 총점 143.80점을 받아 4위에 오르며 상위 5개팀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낸 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쇼트 댄스에선 55.94점을 받아 7위에 머무르며 전망이 어두웠지만 아리랑 음악을 사용한 프리댄스에서 87.86점을 받아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한국이 올림픽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것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이천군-양태화 조) 이후 16년 만이다.

겜린(왼쪽)과 민유라가 미국 미시간주 아이스링크에서 한복을 입고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겜린 알렉산더 트위터 캡처
재미동포 민유라는 비교적 친숙한 외모이지만 지난해 7월에야 법무부 특별귀화를 통과하며 한국인이 된 겜린은 영락없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불고기’다. 한국음식이 끝내준다.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아 이곳이 내 고향처럼 느껴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아리랑은 한국인의 한을 담고 있는 노래다. 들으면 들을수록 배어나오는 감동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 겜린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 때문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야외에서 공을 차다 해질 무렵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7살 때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스케이트를 신어본 뒤 난생 처음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과 함께 어머니를 졸라 피겨를 배웠고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남매’ 아이스댄스 선수로 활동했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 사정 탓에 2015년 여동생이 은퇴하면서 겜린 역시 전업을 고민했다. 같은 코치 밑에서 아이스댄스를 배워 절친한 사이였던 민유라와 뜻이 통한 건 이때다. 민유라 역시 비슷한 시기에 파트너를 잃었고 두 선수는 의기투합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가 한국 국적을 택하면서 겜린도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했다.

겜린은 “내 이름을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게믈린’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게임을 ‘겜’으로 줄여 부르더라.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겜린으로 이름을 정했다”며 “매일 3~4시간을 거르지 않고 유라와 함께 합을 맞춘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추가 훈련도 빼먹을 수 없다. 쉬는 시간에는 한국의 고궁과 박물관을 찾아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웃었다.

겜린-민유라 조는 5일 개막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겸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 담금질에 나선다. 한국의 유일한 팀이라 경쟁 상대가 없어 긴장감은 적지만 그만큼 여유 있는 연기를 펼쳐 관중과 호흡할 전망이다. 겜린은 “언젠가 선수생활을 그만두더라도 한국에 남아 아이스댄스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 한국 특유의 정서를 훌륭하게 표현해 내기 위해 한국 서적을 뒤지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평창에서 선보일 한국표 아이스댄스를 기대해 달라”며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