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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욕망과 의지의 상승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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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8 23:33:46 수정 : 2017-12-28 23: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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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가졌다가 어느 시점 스스로 내려놔 / 의지의 검증 거치면 달성 가능성 높아져
새해가 되면 사람은 으레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 있으면 시간이 막연히 흘러가지 않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또 계획은 사람이 지금과 다르며 지금보다 나은 나를 꿈꾼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욕망(欲望)의 한자는 비어있는 계곡(谷)을 나타내는 욕과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망(望) 자의 조합으로 돼있다. 사람은 지금 비어있는 뭔가를 채우려고 하는 욕망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들 새해에 계획을 세우지만 연말이 되면 계획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계획에 못 미치기도 하지만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욕망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금 나에게 모자라는 바를 채워서 행복을 느끼고자 하지만 스스로 중도에 그만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역설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강요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다가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 욕망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물론 욕망 중에 한 번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웬만해서 포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복수는 원한에 바탕을 두고 당한 만큼 그대로 앙갚음하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당한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복수는 내려놓을 수 없는 강렬한 욕망이 된다. 손에 책을 한 번 잡으면 도중에 웬만해서 내려놓기 어려운 무협지는 기본적으로 원한의 발생과 혹독한 수련, 그리고 보복의 성공이라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부모와 스승을 잃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온갖 위기와 혹독한 수련을 끝내고 마침내 원수를 찾아가 보복한다는 줄거리를 따라가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중에 포기할 법도 하지만 부모나 스승의 원수이기에 10여년의 오랜 시간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욕망, 특히 자신에게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겠다는 긍정적인 욕망은 처음 세차게 시작하지만 중도에 흐지부지되기 쉽다. 욕망이 처음에 강렬하게 타오른다 하더라도 지속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중에 처음 가졌던 욕망에 대한 생각이 바뀌거나 이루고 싶은 또 다른 욕망이 생겨날 수도 있지만, 욕망은 이루기보다는 모래성처럼 세웠다가 스르르 무너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품었던 욕망을 끝까지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망은 다른 욕망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약해지는 욕망을 되살릴 수는 없다. 이때 의지(意志)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의지는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 욕망에 대한 검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다시 마주하는 대상화 작업을 통해 그만둘 것인지 아니면 계속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대화를 통해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면서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면 그 욕망을 내려놓을 수 없다. 진정으로 원하는 절실한 욕망을 그만둔다면 우리는 자신에 대한 엄청난 실망과 심각한 후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욕망을 나열만 하지 말고, 의지의 검증을 거쳐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욕망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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