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의 김주환과 ‘범죄도시’ 강윤성, ‘꾼’의 장창원 감독 등이 올해 날개를 달았다. 특히 ‘청년경찰’(565만)과 ‘범죄도시’(687만)는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그다지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약체였으나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며 신인감독들의 새로운 ‘감각’을 입증해 보였다. 현빈과 유지태 등이 주연으로 나선 ‘꾼’도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초행’의 김대환 감독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개봉한 ‘프리즌’의 나현 감독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손익분기점(200만)을 넘어선 290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장미 대선’이 낀 5월 황금연휴에는 ‘보안관’ 김형주 감독이 258만명을 동원했다.
최승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자백’과 ‘공범자들’은 국정원 간첩조작사건과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의 공영방송 현실을 가감없이 다뤄 단체관람 문의가 쇄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담은 ‘노무현입니다’(185만)도 이례적인 흥행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 기간만 10년이 걸린 ‘러빙 빈센트’는 화가 고흐의 유화그림을 재구성해 만든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 막바지 관객몰이에 한창이다. 35만명을 넘어선 이 영화는 107명의 화가들이 ‘밀밭’ ‘씨뿌리는 사람’ ‘자화상’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 고흐의 명작 130여점을 총 6만2450점의 유화 프레임으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휴먼코미디 장르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를 담아낸 ‘아이 캔 스피크’(326만)의 흥행도 또 하나의 의미를 남겼다. 데뷔 56년째의 배우 나문희는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하며 관객들을 웃기다가도 금세 울리는 등 깊은 내공의 연기로 올해 각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웹툰 원작 영화들이 하반기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제피가루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스크린에 옮긴 ‘반드시 잡는다’, 2011년 연재 당시 하루 조회수 1000만명을 기록했던 웹툰 ‘스틸레인’을 영화화한 ‘강철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펼쳐낸 ‘신과 함께’ 등이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강철비’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남북한 첩보 액션물이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내놓은 신작.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과 함께’는 1편과 2편이 동시에 제작됐다. 1편의 흥행에 따라 2편의 흥행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4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많은 영화인들이 가족과 동료, 팬들의 곁을 떠났다. 김영애는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투병 중에도 연기 열정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원로배우 김보애는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별세했고, ‘맨발의 청춘’의 김기덕 감독은 지난 9월 폐암 투병 끝에 ‘귀천’했다.
올해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관객과 만났던 김주혁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 소식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고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김주혁은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독전’과 ‘흥부’를 유작으로 남겼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김우빈의 갑작스러운 투병 소식도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우빈은 지난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8월 크랭크인 예정이었던 이정재 김우빈 김의성 염정아 주연의 영화 ‘도청’은 팀을 해산하고 김우빈이 완치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 논란은 영화계에도 불어닥쳤다. 권해효, 문소리, 이준기, 유준상 등 영화인들도 명단에 대거 포함돼 논란이 됐다. 문성근 등 블랙리스트로 인해 차별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상대로 지난 11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관객의 패턴 변화와 특징
300만 이상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는 예년보다 줄고, 200만명대 영화는 대폭 늘었다. 허리가 튼튼해졌지만 파이를 키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박스오피스 1위 유지 기간과 최종 관객 수 70%에 도달하는 기간도 짧아졌다. 올해 들어 1주일 동안만 ‘반짝’ 1위를 차지한 영화는 22편으로, 5년 전 9편에 비해 크게 늘었다. 최종 관객 수의 70%에 도달하는 기간도 2013년 평균 8.5일에서 올해 6.8일로 줄었다. 그만큼 흥행 1위가 자주 바뀌고, 영화 흥행이 단기간 판가름난다는 의미다. 너무 많은 영화가 매주 개봉되기 때문이다.
극장 관객 수도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탓이다. 그동안 영화를 많이 보던 30∼34세 관객 비중이 2015년 15.3%에서 올해 14.1%로 줄었다. 미래 고객인 10대 관객도 5년 전 4.3%에서 올해 2.8%로 감소했다. 반면 50대 관객은 2013년 5.8%에서 올해 10%로 증가했다. 1인 관람객 비중도 이 기간 8.1%에서 16.9%로 껑충 뛰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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