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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얼평’하며 막말·조롱 … 비뚤어진 놀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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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5 19:17:07 수정 : 2017-12-15 21: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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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외모지상주의/‘성형 견적뽑기 ’ ‘이상형 찾기 ’ 등 1인 방송 주요 콘텐츠 자리매김/ 거리서 무작정 행인 잡고 방송도/ 모바일 관련 앱들도 선풍적 인기/“인정욕구와 결정장애 결합 현상…자신감 부족한 청소년들 많이 해 ”
회사원 김모(32·여)씨는 최근 유튜브로 ‘시청자 얼평!!대한민국 상위 1%를 찾아라’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유튜브 방송 진행자인 BJ(Broadcasting Jockey)가ㆍ시청자들이 보내온 얼굴 사진을 평가하면 이를 두고 다른 시청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형태의 방송이었다. 김씨는 “호기심에 방송을 보는데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주먹을 부르는 얼굴’, ‘오크녀 지리고요’, ‘성괴(성형괴물) 꺼져’ 등의 원색적인 비난부터 ‘눈과 코는 성형해야 할 것 같다’, ‘안경은 벗고 눈썹 문신을 해라’ 등의 현실적인 조언도 있었다”면서 “만약 내가 저런 평가를 받았다면 마음에 큰 상처가 됐을 것 같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얼굴 평가를 부탁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얼평’. 얼굴 평가를 줄인 줄임말로 2010년대 초반 10대~20대 젊은 층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네티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평가해달라는 글들을 올리면서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되면서 유튜브나 아프리카 TV 등 온라인 미디어플랫폼의 접근성이 커지면서 얼평은 1인 방송의 주요 콘텐츠가 됐다. 형태도 다양해서 ‘성형 견적 뽑기’, ‘이상형 찾기’, ‘미남미녀를 찾아라’ 등의 다양하고 자극적인 포맷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급기야 BJ들이 길거리에 무작정 나가 행인들을 붙잡고 얼굴을 평가하는 방송도 유행하고 있다. BJ들은 ‘OO여대 최고의 미녀를 찾아라’ 등의 제목을 내걸고 길가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인터뷰를 시도하며 신상정보를 묻는다. 그 사이 시청자들은 카메라 너머의 여성들을 보며 ‘쌍꺼풀은 수술한거네’, ‘얼굴이 밋밋하다’, ‘얼굴은 별론데 몸매는 좋네’ 등의 품평을 늘어놓는다. 섭외에 응하지 않는 여성들에겐 ‘못생긴 게 튕기네’, ‘요즘은 못 생긴 애들이 성격도 나쁘다’ 등의 막말도 채팅방에 서슴지 않고 올라온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최근 학교 앞에 한 남자가 셀카봉을 들고 방송을 진행하더라. 지나가려 하는데 집요하게 붙잡는 통에 몇 마디를 나눴다. 그런데 친구를 통해 그 방송이 ‘얼평’을 하는 방송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얼굴과 몸매를 두고 불특정 다수가 평가했다고 하니 너무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길거리 얼평은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충분하지만, 신고가 쉽지 않다. 초상권 침해로 신고하려면 방송 캡쳐본 등 입증자료가 필요하지만, 라이브 방송 대부분은 종료와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증거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도 얼평은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 평가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건 ‘얼평선생’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건수는 10만이 넘었다. 이 어플에 가입하면 이성의 사진이 뜨고, 1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간단한 코멘트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소개팅 어플인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가입한 뒤 사진을 올리면 이성의 평가를 받는데,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만 어플 내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얼평의 유행이 한국의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이자 일종의 놀이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스스로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가 결합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10~20대 젊은 층들은 외모를 가지고 논다. 심한 말이 나와도 그리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인 칭찬이 나오면 기분 좋은 것이다”라면서 “특히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자신 없는 시기이자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힘든 나이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얼평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나친 외모에 대한 집중과 비하, 비방에 익숙해지는 것은 문제다. 외모에 대한 폄하는 인격모독인데, 그런 부분이 희화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배규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얼평은 젊은 층들이 청소년 시기에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닫고 이를 키우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부분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스스로에 대해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다. 얼평은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외모마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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